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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선한 사마리아인’ 삼육대 간호학과 홍예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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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6.04.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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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역서 심장 멈춘 시민 심폐소생 구해 ... 재작년에도 응급처치 선행
삼육대 간호학과 홍예지 양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쌍문역에서 심장이 멈춘 시민을 심폐소생술로 구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사진은 KBS 뉴스 캡처.
지난 18일 오전 6시15분. 삼육대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홍예지 양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졸업을 앞두고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실습과목의 출근 첫 날이었기 때문이다.

집이 있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실습지인 송파구의 병원까지 가려면 족히 1시간은 더 걸릴 것이기에 서둘러 채비를 갖췄다.

10분쯤 뒤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 도착한 홍 양은 플랫폼에 줄을 섰다. 환승역 출구와 가까운 차량이 서는 곳이었다. 이내 안내방송과 함께 사당행 열차가 들어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에 생각보다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객실에 들어선 순간, 홍 양은 깜짝 놀랐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동공이 풀리고, 입에는 거품을 잔뜩 물고 있었다. 곁에 있던 한 시민이 다급하게 조치하며 응급처치를 했다. 하지만 당황한 탓인지 잘못된 위치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홍 양은 지체 없이 이 남성을 밀치고 자신이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그제야 환자의 가슴에서 ‘우두둑’하고 소리가 났다.

“밖에 자동제세동기가 있을 테니 어서 갖다 주세요”

“빨리 119에 신고해 주세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홍 양은 침착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재빨리 응급처치를 했다. 한시도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이때부터 약 20분 동안 이 남성과 함께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맥박이 희미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숨소리마저 끊긴 듯 했다.

홍 양은 간절히 기도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었지만,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문득, 집에 계신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남자 역시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출근길에 나섰을 것이었다. 이것이 마지막이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 뇌리를 맴돌았다.  

‘하나님! 저에게 힘을 주세요. 저에게 능력을 주세요. 이 사람을 살려주세요. 제발... ...’

그의 숨이 돌아오길 바라며 온 몸의 힘을 다해 심장을 압박했다.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여겨져 간절하게 기도했다. 밖은 아직 새벽기온이 쌀쌀한데, 홍 양의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때 어디선가, 바쁜 출근길이니 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말이 들려왔다. 홍 양은 “골든타임이라 지금 심폐소생술을 멈추면 위험하다”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번갈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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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19 대원들이 현장이 도착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구경꾼으로 인해 119 대원조차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출근길 직장인과 등굣길 학생들이 뒤섞이며 혼잡했다. 홍 양은 119 대원에게 환자를 인계한 후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팔다리가 후들거리고, 입술이 바짝 말랐다. 한 생명을 살렸다는 안도보다 오히려 실습 첫 날부터 늦어서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쳤다는 걱정이 스쳤다.  

홍예지 양의 선행은 뒤늦게 서울 메트로와 삼육대학교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실습 병원은 물론, 가족에게 조차 말을 하지 않아 주변지인들의 인사를 받은 부모님마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을 정도다.

<연합뉴스> <동아일보> <뉴시스> 등 주요 언론은 “지하철에서 심장이 멈춘 시민을 간호학과 여대생이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했다”며 “쓰러진 남성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의 침착한 대응이 소중한 목숨을 구한 긴박했지만 훈훈한 출근길이었다”고 보도했다.

상황을 목격한 성북구 삼선동장 양옥석 씨는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키도 작고 가냘픈 여학생이 정말 최선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양은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간호학도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SNS와 인터넷에는 그를 칭송하는 글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아무리 간호학도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훌륭한 일을 해 냈다. 용기 있는 행동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우리나라 의료계에 예지 양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따뜻한 마음이 모든 인류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홍 양의 이 같은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청량리에서 친구와 만나던 중 한 70대 할머니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했다. 당시 이 노인은 머리를 땅에 부딪혀 피가 많이 났지만, 홍 양의 재빠른 소독과 지혈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지난해 엄마와 함께 응급처치강사 자격증을 딴 홍 양은 대한적십자사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졸업 후 응급전문간호사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서중한합회 쌍문동교회를 섬기는 홍순성 목사와 김은희 사모의 딸이다. 위로 한 살 터울 오빠 정표 군이 있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오는 27일(수) 쌍문역 대합실에서 홍 양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예정이며, 삼육대학교도 특별포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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