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철주야 14년’ 박종기 병원장 이임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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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5.12.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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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서울병원 생활의학연구소장으로 자리 옮겨 계속 봉사
한국의 남양주에 ‘에덴요양병원’이라는 의료기관을 세웠는데, 와서 도와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미국의 안정적인 생활을 접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생각에 덜컥 짐을 싸 비행기 트랙에 올랐다.
‘생활의학연구소장’이라는 임무가 맡겨졌다. 재림교회 고유의 건강기별을 현대의학과 접목하고 연구해 그 의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역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열악하고 절박한 병원의 사정은 그를 온전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밀려드는 환자를 혼자 진료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하루 15시간씩 가운을 벗지 못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그러면서도 새벽기도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함께 봉사하는 직원과 생의 마지막 고삐를 잡고 처절하게 사투하는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다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있곤 했다.
병원을 회생시키려 불철주야 뛰다보니 어느새 생활의학연구소는 까맣게 잊혔다. 어떻게 해서든 병원의 부채를 하루라도 빨리 갚고, 기반을 다지는 게 더 급선무였다. 개원 초부터 위기에 빠진 병원을 튼튼하게 세우는 일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이라 생각하고, 연구는 잠시 뒤로 미뤄두었다.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헌신하다보니 어느덧 1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병원은 현대의학과 천연치료를 병행하는 한국의 대표적 생활의학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했고, 재정위기는 벗어났다. 설립 당시부터 차용했던 외부 차입금을 전액 상환하는 등 병원이 교단의 ‘계륵’에서 효자기관으로 환골탈태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제 직임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이 병원과 이뤄가고 싶었던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도 있었지만, 그것은 이제 자신의 몫이 아님을 안다. 그저 후임 병원장이 잘 이끌어가 주길 바라고 응원할 뿐이다. 다행히 새로 선출된 병원장은 탁월한 경영철학과 비전을 지닌 듬직하고 믿을만한 후배여서 든든하다.
운영위원회의 병원장 교체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진료부 의사들을 불러 그들의 손을 잡고 기도한 것이었다. 신임 병원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연합하고 협력하여 병원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주님께서 이 병원을 세우신 목적과 뜻을 이룰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당부였다.
이제 정들었던 ‘에덴의 동산’을 떠나려하니 아쉬운 일도, 미안한 일도 많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보람찬 일도 많아 감사하다. 그 중에서도 노인요양시설인 에버그린센터를 설립한 건 제일 잘한 일 같아 뿌듯하다. 덕분에 재림교인과 노인들이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
재정이 팍팍했지만, 실손형 보험제도가 시작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고주파온열치료기를 도입한 것도 축복이다. 반대가 심했지만, 오늘날 그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모두 하나님의 지시로 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걸리는 일도 있다. 건축허가를 받고도 몇 년째 건물을 짓지 못하다 떠나야 하는 노인요양시설 건축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계획대로라면 100명이 넘는 은퇴한 재림교인들이 이 동산에 모여 살면서 서로 힘을 합쳐 선교도 하고, 자원봉사활동도 하면서 유익을 나누는 아름다운 신앙공동체를 이룰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뜻대로 인도하시리라 믿는다.
후배들은 며칠만이라도 푹 쉬라며 성화다. 하지만 의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놔두고 혼자 안락하게 누워있을 여유가 없다. 이임식을 하루 앞둔 어제까지도 청진기를 손에 들었다. 만나는 환자마다 “새로운 원장님에게 치료 잘 받으라”는 신신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제 14년 전 이맘때처럼 다시 가방을 싸 돌아가지만, 지금까지 모든 삶의 여정을 인도하시고 관여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함께 하실 것을 믿는다. 그분의 뜻대로 이 병원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장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삼육서울병원 생활의학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재림교회 고유의 건강기별을 현대의학과 접목하고 연구해 그 의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일을 이제야 하게 됐다. 재림교인의 수명이 일반인에 비해 길다는 것은 미국 등 해외에서 몇몇 사례가 연구됐지만, 아직 뉴스타트 건강원리를 의학적,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은 미진한 게 현실이다. 마지막 사명이라 생각하고, 새로운 부름에 순종하기로 했다.
그곳에서도 암 환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삼육서울병원과 에덴요양병원이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유대관계를 갖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도할 마음이다.
그동안 이 병원의 필요를 시시때때로 채워주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과 간절한 기도로 성원해주신 국내외 성도들, 그리고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헌신해준 동료 임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버지의 빈자리를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하게 기다리고 지지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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