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라봉사자 진한나 양의 ‘여기는 프놈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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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나 통신원 통신원
hnjin1004@hanmail.net
입력 2009.04.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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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에서 리빙필드로 ... 어린아이마저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불과 30년 전 캄보디아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갔다는 현대사의 비극, 킬링필드의 현장. 그곳이 바로 저희들이 있는 프놈펜입니다.
프놈펜에는 킬링필드의 만행을 소름끼치게 증언하는 뚤 슬렝 박물관이 있습니다. 원래 평범한 여자고등학교였던 이곳은 1975년 4월에서 1978년 12월까지 폴 폿의 정치범수용소로 운영되었습니다.
크메르 루주군이 남기고 떠난 서류뭉치와 흑백필름들로 미루어 볼 때 3년8개월 동안 모두 1만6,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끔찍하게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부르주아 계급으로 몰아 이곳 뚤 슬렝에서 잔혹한 고문 끝에 살해했습니다. 폴 폿의 하수인 외에 1만6,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손이 너무 보드랍다는 이유로, 혹은 안경을 썼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상상키 어려운 고통을 당하다 무자비하게 죽어갔습니다. 크메르 루주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1978년 5월 27일 하루 동안에만 무려 582명이 처형됐다고 합니다.
크메르 루주군은 살해 직전에 희생자들의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뚤 슬렝 박물관에는 당시 살해된 수많은 희생자들의 사진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대체 이 어린아이들까지 무슨 죄목으로 죽였을까요.
크메르 루주군은 총알을 아끼기 위해서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나무에 집어 던져 죽이거나, 때려죽이거나, 아이를 하늘로 던졌다가 떨어질 때 창으로 찔러 맞추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 광기에 할 말을 잃습니다.
인간 해방을 주장했다가 뒤틀려 버린 참혹한 역사의 한 페이지는 오늘날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난 평화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겨줍니다.
역사는 가도 사람은 남습니다. 크메르 루주의 강제이주 명령으로 버려졌던 도시가 이제는 200만 인구의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참혹했던 역사는 이곳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에 묻힌 듯, 세계인의 뇌리에 죽음의 땅으로 각인된 이곳엔 사람살이의 희노애락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세계인들이 모두 기억하는 죽음의 역사를 벗어나 리빙필드-living field-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UN이 정한 최저 생계선인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전체인구의 38%에 달하고, 전체의 74%가 1일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을 정도로 빈곤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러한 현실이 어린아이들까지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실컷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하루 종일 여행자들을 실은 배를 젓고, 학교에 가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워야할 아이들이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관광지에 나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구걸을 합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고 차를 멈춰서있는 동안, 슈퍼마켓에 들어가고 나갈 때, 심지어 길가에 차를 잠시 세울 때에도 이 아이들은 어디선가 튀어나와 꼬질꼬질한 작은 손을 내밉니다. 그 애처로운 손에 푼돈을 쥐어주기보다 희망을 쥐어주고 싶습니다. 꿈을 올려놓고 싶습니다.
현재 캄보디아는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16세 미만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이야 말로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면, 머지않아 이들이 커서 만들어갈 이 나라의 미래도 분명 밝고 건강할 것입니다.
킬링필드에서 무참히 짓밟혔던 작은 생명들. 지금은 그들의 꿈이, 어린아이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들이 굶주림과 빈곤에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가 진정한 ‘리빙필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이 아니라 생명력이 넘치는, 아이들이 맘껏 뛰놀고 웃으며 사랑받고 꿈꿀 수 있는 삶의 공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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