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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노부모의 뼈저린 '望子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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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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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김상영 옹 아들 그리며 사경 ... 성도 기도 간절 요청
로버트 김 씨의 노부부는 오늘도 아들을 만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부인 황태남 여사가 의식마저 희미한 남편을 간호하고 있다. 사진기자 김범태
수동 에덴요양병원(원장 박종기) 301호.

올해 91세의 김상영 할아버지와 83세의 황태남 할머니 부부가 치료를 받고 있는 곳이다. 심장병과 뇌졸중 등 지병으로 의식마저 불투명한 할아버지와 유방암 후유증으로 요양 중인 할머니는 이른바 ‘미 해군 스파이사건’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로버트 김(본명 김채곤) 씨의 부모이다.

로버트 김 씨는 미 해군정보국(ONI)에서 19년간 컴퓨터 전문가로 근무하다 1996년 9월 연방수사국(FBI)에 기밀누설혐의로 체포되어 9년형을 언도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우리 시간으로 지난달 31일(토) 그간 수감되어 있던 팬실베니아 알렌우드 연방교도소에서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됐다.

오는 7월말 석방을 앞두고 자신의 집에서 불과 75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외부접촉이 보다 자유스러운 수감생활을 하게 된 그는 당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이니까 조국을 위해 했을 뿐”이라며 “결국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됐지만, 석방을 앞둔 지금도 후회는 없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들의 모습을 애타게 그리던 구순의 아버지는 현재 식사는커녕 의식마저 희미한 상태로 병석에 누워 생의 마지막 길을 힘겹게 걷고 있다.

자신도 불편한 몸으로 남편을 간호하고 있는 부인 황 여사는 “부디 채곤이가 아버지 손을 잡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켰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며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떨구었다. 그녀는 “(남편의)눈을 보니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불안하다”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 노부부는 작년 가을 한국선교 100주년 기념위성전도회에서 배칠러 목사의 말씀에 감동을 받아 11월 15일 에덴요양병원에서 침례를 받았다. 이들은 전도회에 참석하며 진리기별을 깨닫고 많은 이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그리스도의 새 자녀가 되었다. 이후 생명과 소망의 말씀에 의지하며 위로와 새 힘을 얻어가고 있다.

김상영 옹은 8, 9대 국회의원과 한국은행 부총재,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우리나라 경제계의 원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부인 황태남 여사도 과거 조선은행에 근무하며 경제지를 창간하는 등 국가발전을 위해 산파역할을 했었다.

그간 수차례 사경에 처했지만, 그 때마다 아들을 그리며 초인적 투병의지로 생명의 끈을 이어왔던 김 옹은 그러나 요 며칠새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때문에 황 여사는 아들이 빨리 나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의 임종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것이 현재 이들의 유일한 소원이다.

하지만 이러한 애틋한 사정에도 여전히 침묵하며 귀를 막고 있는 양국 정부와 언론의 무관심이 세상을 향한 노부부의 마지막 소원마저 꺼져가게 하고 있다. 그간 많은 후원자들과 논객들이 로버트 김이 사면돼야 한다는 견해를 정부에 진정하고, 미국정부에 청원했지만 이마저도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처럼 지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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