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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⑤] 서혜린 선교사와의 랜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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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12.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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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이 없다던 그녀는 어떻게 ‘찐’ 선교사가 됐을까?
한때 신앙을 하겠다는 생각도, 그래서 소명도 없었다던 서혜린 씨는 이제 진짜 선교사로 거듭났다.
“저는 아직 신앙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신앙을 하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소명이 없습니다”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서혜린 씨가 55기 1000명선교사에 지원하며 <해외선교에 대한 소명서>에 적은 내용이다. 이 글을 처음 본 순간, 당돌함을 넘어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험난한 선교사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특집기사를 위해 1000명선교사훈련원에 인터뷰이 추천을 요청했을 때, 그의 이름이 명단에 들어있어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그가 어떻게 적응하며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그가 보내온 답변에는 그간 선교사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일 그리고 1000명선교사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등이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겨 있었다. 신앙을 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그래서 소명도 없다던 선교사 지망생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다시 온다해도 1000명선교사에 지원할 거라고 당차게 말할 만큼 성장해 있었다.  

궁금했다. 대체 무엇이, 어떤 힘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인지. 그래서 기사를 마감하며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송년특집 – 55기 1000명선교사와의 랜선 인터뷰> 마지막 회 주인공은 서혜린 선교사다.

▲ 안녕하세요? 언제부터 / 어느 지역에서 봉사하고 있나요?
-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알바이 주에 위치한 피오두란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파송은 6월 30일이었지만, 자가격리와 여러 일들을 마무리 짓느라 7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주민들의 혈압을 체크해 주거나 마사지를 하며 집집방문을 다녔고, 성경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거리나 가정에 선교 팜플릿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동네 아이들에게는 어린이성경학교를 열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리코더를 가르쳐 주며 교회로 인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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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사역하게 되나요? 앞으로의 선교사 일정을  말씀해 주세요.
- 이곳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 활동할 것 같습니다. 지난 12월 6일까지 팡가니란이라는 지역에서 전도회를 했습니다. 이후 다시 집집방문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며 봉사하는 중입니다. 이외에 교회 리모델링, 살바시온 지역의 전도회 등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여건이 되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 어린이성경학교를 하기로 했습니다. 돌아가는 날까지 저희에게 맡겨진 사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입니다.

▲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선교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 아무래도 아이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이면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와 주고, 우리가 시야에서 안 보일 때까지 계속 인사해주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다른 지역의 전도회로 인해 3주간 볼 수 없었는데, 그 기간이 너무 길다며 보고 싶다고 빨리 와달라고 연락하는 등 저희를 정말 좋아해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해지고, 저를 선교사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 선교지에서 활동하면서 제일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반면, 가장 보람 있던 일은 무엇인가요?
- 사실 제가 많이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사람들에게 마음문을 열고 먼저 다가서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영어나 타갈로그어도 잘못해서 의사소통이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공부하던 아이들이 큰 태풍을 겪은 후에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시다. 신기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이 뭔지 아신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던 아이들이 그분의 사랑을 알게 됐다는 사실이 정말 보람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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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파송됐습니다. 혹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나 걱정은 없었나요?
- 왠지 모르겠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만약에 걸려도 ‘그 안에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연히 지켜주실 거라 믿었습니다. 감염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보다 오히려 주변에서 더 걱정했었던 거 같습니다.

선교지로 향할 때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떨리기도 했고, 하나님께서 과연 나를 어떻게 이끌어주실까 기대감도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혹시 선교지의 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해 경계하거나 배타적이지 않을까 약간 걱정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다들 좋아해줘서 감사했습니다.

▲ 하나님께서는 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왜 서혜린 선교사를 이곳에 보내셨다고 생각하세요?
- 아무래도 저의 신앙을 회복시키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시려고 1000명선교사로 인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피오두란으로 오게 하신 이유는 아직 기도하며 찾고 있습니다.

이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낯선 선교지에서 저는 하나님 안에서는 기다림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신기하게도 기도를 하면 언제나 들어주시고, 응답해 주셨습니다.

▲ 돌이켜보면 1000명선교사 활동은 서혜린 선교사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나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에서는 제가 재림교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신앙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1000명선교사를 통해 이제는 ‘나만의 하나님’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1000명선교사를 통해 하나님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에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보내주셔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만약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 해도 선교사에 지원하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만약 1000명선교사에 지원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마음가짐을 준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영어나 성경지식 등 많은 것을 알고 충분하게 준비돼 있으면 훨씬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서서히 채워나갈 수 있기에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교사역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재림청년이 있습니다. 청년선교 활성화를 위해 전국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 막상 선교지에 와서 보니 하나님의 일꾼을 필요로 하는 곳은 정말 많은데 하나님의 일을 할 사람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 청년들이 복음전도와 선교사역에 더 큰 관심을 갖고 헌신할 수 있도록 각 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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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사 지원 당시 소명서에 “신앙을 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그래서 소명도 없다”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나요?
-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함께해 주시며 움직여 주신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 신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 에도 신기한 감정이 들었고, 와서도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주셨던 거 같습니다.

이전까지는 복잡했던 마음이 1000명선교사에 지원서류를 제출하고 난 후부터는 엄청 편안해져서 그 당시에도 신기해했었습니다. 마치 원래 내가 그래야만 했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건  오직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마음이 바뀌지 않은 채 계속 한국에 살았더라면 저의 삶은 점점 더 깊은 어둠속으로 빠져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만약 코로나 팬데믹 같은 불확실한 상황이 온다 해도 다시 선교사에 지원할 것입니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록다운되면서 훈련기간이 연장되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얻은 것이 더 많습니다.  

주변 선교사들에게도 좋은 감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들 정말 신앙적이어서 본받을 점이 많았습니다. 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오랜 기간을 지내다보니 저도 그런 선의 영향력을 조금씩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로 훈련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동료 선교사들과 더 친해지고, 말씀묵상도 배웠죠. 저에게는 그들을 닮아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이제 곧 활동을 마치게 될 텐데,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해주세요.
- 초반에는 끝이 안 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러 신기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참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생 잊지못할 소중한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정말 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강력하게 전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아 다소 아쉽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 끝으로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 1000명선교사에 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지치고 힘들 때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원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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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린 선교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일단 와 보면 정말정말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다른 청년들에게 1000명선교사를 자신 있게 추천했다.

“저는 사실 제가 원해서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의지가 약했죠. 그런데도 선교사에 온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한국에서는 결코 해보지 못할 산 경험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하나님’이라는 단어와 떨어져 살던 제가 다시 그분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어려움을 많이 겪은 기수여서 자칫 신앙이 흔들리거나 혼란과 방황을 겪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이렇게 영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며 그게 어쩌면 1000명선교사의 또 다른 존재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그곳에 가면 변화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 말이다.  

<해외선교에 대한 소명서>에 “이번 기회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던 서혜린 선교사의 바람은 이렇게 시나브로 성취된 듯하다.
#코로나19팬데믹시대의1000명선교사 #서혜린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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