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부터 막내까지 우리는 신학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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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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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대 김상래 교수 가족 한 학과 동시 재학 ‘화제’
주인공은 삼육대 신학과 김상래 교수 가족. 이들은 올해 막내 동영 군이 신학과에 입학하면서 4명의 가족구성원이 모두 신학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아버지 김상래 목사는 교수로 재직 중이며, 어머니 원준금 사모는 지난 2004년 신학과에 학사편입해 현재 마지막 학기를 수학 중이다.
딸 성이 양과 아들 동영 군이 작년과 올해 잇따라 신학과에 입학하면서 이 같은 ‘진기록’이 세워졌다.
아버지를 제외하면 어머니와 자녀들이 모두 신학과 동시 재학생인 셈. 이제껏 형제나 부부, 간혹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학교에 다닌 경우는 있어 왔지만, 이처럼 일가족이 모두 한 대학의 동일 학과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처럼 특별한 이들 가족의 모습에 주변에선 매우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원준금 사모는 “물론 신학과라는 학과의 성격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온 가족이 한 학과의 선후배이자 같은 학과생이라는 사실에 매우 신기해한다”며 주위의 반응을 전했다.
마지막 ‘주자’로 신학과에 입학한 막내아들 동영 군은 유학 중이던 부모를 따라 영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인생의 목표와 길을 개척하려는 중요한 시기, 재림교인이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부모의 권유에 따라 지난 2004년 귀국해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했다.
때문에 동영 군은 동기들보다 2년이나 빨리 대학에 들어왔다. 하지만 올해 대학입시에서 학과 수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의료선교사가 꿈이라는 그는 “의학에 앞서 하나님과 성경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정한 선택이었다”며 신학과 지원동기를 밝히고 “어머니와 누나가 같은 학과 선배니까 수강신청이나 학교 적응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동영 군이 이처럼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키워가는 데에는 누나 성이 양의 몫도 컸다. 자칫 자신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며 갈등할 수 있었던 동생을 신앙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응원하며 지지해 주었던 것.
2학년인 성이 양은 현재 아버지 김상래 교수로부터 히브리어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만나는 교수님으로서의 아버지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곧 “수업시간이나 교회일이나 가정에서나 매사 열정적이시기 때문에 크게 느낌이 다르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온 가족이 한 학과에서 스승과 제자로, 혹은 선배와 후배로 만나는 것이 혹시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가족들이 모두 ‘신학’이라는 한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에 오히려 힘을 얻는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성이 양은 특히 “아버지가 먼저 닦아놓은 길을 함께 걷게 되어 보람차다”면서 “조언이 필요할 때 명확하고 확실하게 대답해 주시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끔 교수와 제자의 관계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하는 자리에서는 다소 어색하다고.
이들 남매는 현재 신학숙에서 의무생활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교정에서 만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반갑기 까지 할 정도다.
더욱이 아버지가 신학숙 생활관장으로 봉사하고 있지만, 단체교육의 특성상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 가족은 매일 ‘이별 아닌 이별’을 겪고 있는 셈이다.
졸업반으로 ‘최고참’인 어머니 원준금 사모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다니던 중 학부로 편입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선수과목을 이수하다보니 기반도 없이 거꾸로 공부하는 것 같아 아예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기로 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올 여름 졸업을 앞두고 있는 원 사모는 어린 학생들과의 경쟁에서도 지난 학기 학과 수석을 차지했을 만큼 성적도 우수하다.
지금까지 김 교수로부터 헬라어, 히브리어, 다니엘서, 해석학 등 6과목을 수강한 원 사모는 “남편의 수업이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롭고 재미있다”며 “설교나 강의가 항상 기대된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수강생들이 직접 기록에 의한 강의를 평가하는 시대에 이처럼 가족이 ‘학생’으로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가장 냉철하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김 교수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내가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수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진단해준다”며 가족들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가족이 모두 한 학과의 교수이자 학생이다 보니 남모를 불편함도 많다. 강의시간이나 학과활동은 물론, 친구들과의 생활에서도 혹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어쩌나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솔직한 부담이다.
또 본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목의 대상이 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모두가 한 전공과목을 공부하기 때문에 필요한 책을 찾다보면 누군가 먼저 들고나가 정작 본인이 필요할 때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시험기간이 되면 친구들로부터 아버지께 문제의 ‘힌트’를 얻어낼 것을 요구받는 애교 섞인 부탁도 이들만이 겪는 에피소드다.
김 교수는 동영 군과 성이 양이 신학도로서 앞으로 과거 자신이 가졌던 경험과 도전을 넘어서는 ‘제자’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훈련을 통해 성경 속에서 절대자의 의지를 읽어내며 사회에 영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실력을 갖추길 바라는 것이다.
이들 가족에게는 ‘늘 교회 안에서, 교회를 위해, 교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자’는 꿈과 소망이 있다. 그것이 곧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삶이라고 믿기에 그렇다.
특히 동영 군과 성이 양은 삼육대 신학과 출신의 세계 최고 의학자와 신학자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회를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복된 삶이고 축복인지 깨달으며 매사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성심을 다하라”는 김상래 교수와 원준금 사모의 목소리가 이들 자녀의 삶에서 투영되어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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