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헌 교수 ‘종교차별과 차별금지법상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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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0.12.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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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사회 공공선의 연대 강화 계기될 것”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종교차별 문제는 쉽게 간과해버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특별히 쟁점이 되고 있는 몇몇 문제들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장애인 차별, 성차별, 외국인 차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법제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더불어 종교차별도 포괄적인 범주에서의 차별금지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종교차별의 경우 어떤 영역에서, 어떤 내용으로 차별금지 조항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 차별금지법상 종교차별이 어떤 함의를 가지는 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로 하여금 국제적 수준의 보편적 인권의식을 가지도록 도와줄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본질적으로는 무제한적 기본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인권적 사항이므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가치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전 국제적인 인권 조항에서도 이 가치는 유보할 수 없이 받아들여지는 보편적 가치이다. 따라서 유엔인권위원회가 결의한 국제결의안에서도 이 가치는 충분히 옹호 받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이 가치가 우리나라에서 종종 훼손되는 사례가 있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에서 종교차별을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로 다루는 것은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객관적인 연구와 합리적인 논의절차를 거친 후에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에 적합한 종교차별 금지 규정을 확립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도 국제수준의 보편적 인권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차별 문제는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법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차별금지법에서 종교차별 문제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앞에서 분석된 여러 종교차별의 사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수의 힘의 논리가 소수의 가치를 억압하는 차별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담론의 사회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차별금지법과 같은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는 이런 형태의 권력담론을 지양하고 진실담론을 추구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소수자의 권익이 보호받아 자신들의 양심의 가치와 사회 이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맡겨진 시대적 책무이다.
따라서 차별로 인한 갈등과 반목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들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이 원래 추구하던 이상과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종교차별과 같은 요소들이 하루 속히 극복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은 공정사회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차별금지법은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관용의 정신을 고양시켜줄 것이다. 종교차별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차별유형이다. 다원주의란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체계들을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정신을 말한다. 이런 사상적 특성 때문에 때때로 절대주의의 상대적 개념으로 이해되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다원주의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다원화되어 가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다원주의를 배재한 채 차별이나 갈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별히 차별을 극복하고 분열을 통합하여 합리적인 사회를 구축해야 하는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다원주의적 차이들 존중 받아야 하는 가치일 수 있다. 그래서 조너선 색스는 ‘차이의 존중’에서 이 사실을 강조하여 사회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차이의 존중’개념에서 발전해야 한다.
특별히 종교차별은 이러한 가치의 부재가 낳은 대표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이 차이의 존중 개념에 의해 극복되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의 정신이 종교간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개념으로 발전한다면 차별금지법이 추구하는 법적 이상을 구현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이 차이의 존중 개념은 ‘똘레랑스(관용)’의 개념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신을 믿지 않던 볼테르가 개인의 신앙의 문제로 죽게 된 장 칼라스를 위하여 높였던 근대 프랑스의 정신인 ‘관용’이 우리 사회에서도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종교차별을 넘어서 관용과 배려의 사회로 나가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종교차별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넷째, 차별금지법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매우 절박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지금 인류는 세계화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존권 위협, 도시화와 물질화로 인한 가치관의 전도, 일탈문화에 따른 도덕적 해이,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레드오션화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모든 과제들은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한 불평등과 불균형 또는 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화와 균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학자들은 그 방안으로 공공선의 연대를 주창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종교 간에, 그리고 종교와 비종교간에 공공선의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정신에 따라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따라서 종교차별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갈등과 반목을 잠재우고 보다 더 근본적인 과제 해결을 위한 공공선의 연대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은 공공선의 연대를 이끌어내고 사회 통합의 길을 여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차별금지법은 정치적으로도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유시민(전 보건복지부장관)은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우리사회가 헌법에 명시된 법정신을 잘 구현하기만 해도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명시적인 가치도 아직 제도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헌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불해야할 대가가 아직 더 남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헌법과 의회 민주주의는 후불제라는 게 위의 책의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요지이다.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은 헌법 정신에 의거한 민주주의 실현에 필요한 요건이다. 따라서 이 법이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에 의해 조속히 제정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킬 수 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에는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대의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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