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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 ②라오스에 ‘사랑묘목’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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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2.08.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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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의사회, SMA 쿤 해외무료진료 현장에서
7월 22일 ... 라오스 보건국과의 MOU 체결 후 첫 진료봉사 ‘스타트’

동이 트자 일행은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의료봉사가 진행될 씨엥쾅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씨엥쾅은 지표상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중간에 험한 산맥이 자리하고 있어 육상으로 이동하기 힘들어 항공편을 선택했다. 쌍발프로펠러 비행기는 굉음을 내뿜으며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창밖으로는 족히 수천 미터는 되어 보임직한 험산이 마치 손 내밀면 닿을 듯 가까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내 끝도 모를 만큼 시원하게 펼쳐진 평야를 지나, 대지를 휘감느라 꼬불꼬불 허리가 휜 강줄기를 벗 삼는다. 갑작스런 기류의 변화로 심하게 흔들리는 기체에 몸을 맡긴 채 열대우림을 지나 약 30분 만에 씨엥쾅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시골 간이역을 연상시키는 작고 소박한 풍경의 공항에 내려 수속을 밟았다. 대중교통 등 마땅한 교통수단이 빈약한 현지 사정상 대원들은 트럭의 짐칸에 올라 한 시간 거리의 쿤군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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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소가 차려질 쿤 군립병원에는 휴일임에도 도 보건국 대외협력국장과 도 정부 대외관리국장 등이 병원장과 함께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이번 기간 동안 이들의 ‘입’이 되어 무료진료를 도울 통역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사바이디(안녕하세요?)”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이마에 가볍게 대며 미소를 짓는 이들의 푸근한 인사에 진한 반가움이 담겨 있었다. 쿤 군립병원은 이 지역의 중심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본관을 중심으로 2개의 부속 건물이 날개처럼 양 쪽에 자리 잡은 아담하고 조용한 시설이었다. 하지만 열악한 의료환경과 낙후한 기술로 주민들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부랴부랴 쌀국수로 대충 요기를 한 일행은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각 파트별로 나뉘어 진료 준비에 들어갔다. 접수, 내과, 산부인과, 치과, 물리치료, 심전도, 약국, 건강교육 등 스테이션별로 장소를 정하고 장비를 설치했다.

인력을 배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다. 병실과 침상을 깨끗이 청소하고, 책상의 위치를 바꾸고, 준비해 온 장비와 치료기구를 설치했다.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던 병원은 완벽하진 않아도 금세 그럴 듯한 진료소로 바뀌었다. 이제 내일이면 그동안 아파도 변변히 치료조차 받지 못했던 환자들의 발걸음으로 붐빌 것이었다. 이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 한 켠에 나눔의 행복과 기쁨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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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라오인들도 천막을 치고, 액정과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일손을 보탰다. 멀리 한국에서 온 봉사대를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듯 했다. 중량제한 때문에 비행기에 싣지 못하고 새벽녘 비엔티안에서 트럭으로 실려 보냈던 짐이 도착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오후 6시를 훌쩍 넘겨서야 모든 세팅과 테스트가 겨우 끝났다. 하지만 장비가 자리를 잡았다고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때부터는 실제로 환자를 맞이할 동선을 체크하고, 진료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시간이다.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통역 시스템도 점검한다. 환자의 증상과 상태를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라오어나 몽족어로 통역한다. 각 의과별로 자주 사용하는 몇 가지 단어와 문장은 아예 암기했다.

사랑나눔의사회의 이번 활동은 주로 무료진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었다. 이는 현지의 약값 때문이다. 라오스에서는 환자가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은 무료지만, 치료에 필요한 각종 물품이나 약품구입은 온전히 본인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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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수혈 처방을 받은 응급환자라도 보호자가 혈액은행에 가서 혈액을 직접 사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극빈자 카드를 갖고 있으면 약값이 면제되긴 하지만, 그럴 경우 ‘좋은 약’을 주지 않을까 싶어 수혜자여도 카드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문에 무료진료를 통해 양질의 약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것이 사랑나눔의사회의 마음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마을주민 몇몇이 신기한 듯 창문에 기대 이들의 모습을 조심스레 훔쳐봤다. 간혹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말없이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마치 ‘내일 만나요’라고 인사하는 듯했다.

대원들의 티셔츠는 어느새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시계바늘은 오후 8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서로 돕고 힘을 모은 결과가 서서히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밤이 지나면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될 것이었다. 뭐라 말은 하지 않지만, 다들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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