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게오삼육학교에서 만난 ‘하나님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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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2.11.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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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최다인, 김설아, 김종학 선교사와 함께
이들은 현지 교사와 함께 한국어, 성경, 미술, 음악, 합창, 실업 등의 과목을 각각 지도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은 스펙 쌓기와 취업, 진로를 놓고 고민하기 바쁜 요즘, 이들을 캄보디아의 이 외지마을로 인도한 힘은 과연 무얼까. 박지연, 최다인, 김설아, 김종학 선교사와 함께 따게오삼육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선교사로 지원하게 된 동기는?
박지연: 원래 김동혁 선교사(따게오삼육학교 교장)와 잘 아는 사이다. 재작년 봄, 김 선교사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캄보디아 갈렙선교센터를 알게 됐다. 마침 10월에 개인적인 일로 직장을 그만 두게 됐는데, 그때 이곳이 생각났다.
12월에 살렘선교사학교 학생과 청년들이 봉사를 온다고 해서 뒤늦게 따라왔다. 와보니까 좋더라. 무엇보다 캄보디아의 하늘과 사람들의 맑은 눈이 끌렸다. 그래서 작년 3월 무작정 들어왔다.
김설아: 숭실대 사학과에 재학 중이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했다. 집에서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어느 날, 아버지가 <재림신문>에 난 갈렙선교센터 선교사 모집광고를 보고 추천해서 지원하게 됐다.
당시 피아노나 기타 등 악기를 가르치는 교사를 모집했는데, 아버지께서 ‘낙후한 캄보디아의 아이들을 위해 재능과 달란트를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하셨다. 평소 다룰 줄 아는 악기라서 별다른 고민 없이 선뜻 응했다. 작년 12월 31일 이곳에 왔다.
최다인: 오래 전부터 1000명선교사를 지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삼육대 미술컨텐츠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 진학과 선교사 지원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선교사’는 나 같은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것. 아니, 하면 안 되는 것. 혹은 뭔가 구별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가업을 이으려 학부 전공과 상관없는 농업계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곧 자퇴했다. 부랴부랴 1000명선교사 지원을 준비하던 중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밀려왔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지원한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성경공부도 재밌고, 선교사교육도 좋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동료들이 정말 좋은데 갈등과 부담이 계속됐다.
친한 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언니가 깜짝 놀라며 묻더라. “너 혹시 선교사 지원을 놓고 기도했니? 내가 네 기도의 응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실 내가 고민을 털어놓기 얼마 전 친구인 김동혁 선교사로부터 ‘혹시 주변에 미술을 가르칠만한 교사나 학생을 알고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냥 무심히 흘러 넘겼는데, 나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확신이 들었단다. 나 역시 기도의 응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캄보디아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것이 지난 6월 28일이다.
김종학: 솔직히 1000명선교사에 지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학교 졸업 후 목회응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 선교사를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더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일주일간 금식하면서 ‘제가 만약 선교사에 가야한다면 딱 세 명만 제게 선교사를 가라고 말씀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더도덜도 아닌, 세 명이 선교사를 추천했다. 하나님의 뜻이라 믿고 작년 8월, 39기 선교사로 지원했다. 올 3월 이곳에 파송돼 내년 1월 말까지 봉사할 예정이다.
Q. 막상 선교사 활동을 해보니까 어떤가? 더구나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일인데...
박지연: 교사를 해 본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힘들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는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합창을 가르치고 있다. 곧 직업훈련과정으로 제빵 기술을 지도할 계획이다.
최다인: 고백하건데, 지금의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내 자신의 신앙의 깊이를 더 깊게 하는 게 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내 개인의 신앙 없이 너무 부모님을 의지해 살았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신앙의 깊이가 너무 얕아 걱정이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증인이 되는 선교사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이곳에서의 1년 동안 교사의 봉사 말고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그려나갈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강력한 체험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김설아: 솔직히 음악은 전공이 아니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그걸 가르치려니 힘이 들긴 하다. 때론 뭘 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욕심만큼 그게 안 되면 속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Q. 그래도 아이들이 발전하거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만이 갖는 보람이 있을 텐데?
최다인: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전공한 것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과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처음에 이곳 아이들이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선 하나 긋는 것도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 한국 아이들은 뭔가를 보면 그리고 싶고, 만지고 싶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한다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지금껏 이들이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미술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변해가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김설아: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는 교과과정에 아예 예체능 과목이 없다. 음악 자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박자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더라. 김동혁 선교사는 사과를 잘라서 한 박자, 반 박자, 1/4 박자를 설명했다고 한다. 지금도 3/4 박자를 개념적으로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다.
최다인: 솔직히 음악이나 미술은 말로 설명이 되는 학문은 아니잖나? 한국이야 어려서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하는데, 여기서는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도 아이들이 하나둘씩 바뀌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박지연: 합창을 가르치면서 보람이라기보다 신기한 경험을 했다. 쏘디아라는 한 남자아이가 있는데, 세상에서 이제껏 보지못한 음치였다. ‘과연 이 아이가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노래를 무척 좋아하고 잘한다. 음을 곧잘 맞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감사하다.
김종학: 마을에 중풍병자 할머니가 살고 있다. 세달 전 처음 만났을 때는 신체의 왼쪽은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반신불수였다. 매일 찾아가 마사지를 해드렸다. 이제는 혼자서 걸어 다닐 정도로 호전됐다.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놀라운 체험이 나를 변화하게 하고, 선교의 보람을 느끼게 한다.
Q. 김설아 선교사는 당초 두 달 정도 일정으로 계획하고 왔다가 지금까지 계속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열악하고 불편한 환경과 단조로운 생활에도 이곳에 계속 머무르는 이유는 뭔가?
김설아: 모집공고에 두 달간 봉사할 사람을 찾더라. 그래서 경험 삼아 왔다. 나도 지금까지 계속 있을 줄 몰랐다. 사실 무엇이 나를 계속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지 모르겠다. 뭔가 가슴에 느낌은 있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라면 설명하기 힘들다. 그 뜨거움이 대체 뭔지 잘 모르겠다. 그게 무엇인지 여기서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마 한국 가서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Q. 박지연 선교사 역시 장기 선교사로 봉사하고 있는데? 무엇이 자신을 이곳에 계속 머무르게 하나?
박지연: 나의 경우는 내 스스로 느끼는 신앙의 약점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약한 부분이 있잖은가. 한국에서는 그 약점이 자꾸 반복된다. 아무리 고치고, 안하려고 해도 계속된다. 물론 이곳에서도 나의 이기심 때문에 가끔 쓰러지기는 하지만, 한국보다 신앙적으로 강해지는 것 같다.
Q. 이곳에서의 경험과 생활이 앞으로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최다인: 물론이다.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호되게 앓은 적이 있다. 뭘 잘못 먹고 탈이 난 게 아니라, 그냥 아팠다. 그때 김동혁 선교사가 그러더라. “사람이 변할 때 많이 아프다. 네가 지금 변화하려고 독소가 빠지는 것”이라고. 내게 이곳에서의 생활은 나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한국에서 나를 기쁘게 했던 일이 이곳에서는 기쁘면 안 되는 일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고, 나를 슬프고 괴롭히던 일들이 여기에서는 너무나 행복하고 기쁜 일이 된다. 그게 선교사의 삶인 것 같다. 그런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설아: 아마도 한국으로 돌아가 학교를 졸업하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 여기에서 평생 선교사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오기 전에는 선교사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인생의 뚜렷한 목표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기선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박지연: 장담하면 안 되겠지만, 별일 없으면 앞으로 여기서 쭉 살 생각이다. 이젠 캄보디아가 내 삶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다. 솔직히 ‘선교사’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그런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최다인: 언젠가 부모님께서 ‘네가 지금까지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쏟아 부은 열정을 미술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너의 본분이 아니겠냐’는 말씀을 하신 게 기억난다. 요즘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집이 강원도 양구인데, 원래는 거기에 귀농마을을 세우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대학원도 농업계열 학과를 진학한 것이었다. 귀농마을에서 재림교인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와보니 그걸 이곳에서도 할 수 있겠더라. 부모님께 농법을 배워 여기서 농사를 지으면 자급자족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자연이나 농업에 대해 알려줄 수도 있고, 함께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도 캄보디아에서 더 꿈을 키워보라고 하시더라.
박지연: 내겐 꿈이 하나 있다. 지금 내게 노래를 배우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합창반을 만들어 이들을 데리고 지역교회에 다니면서 순회공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얼마 전에는 오디션도 봤다.
김종학: 이곳에 대학이 세워질 때까지 계속 봉사하고 싶다. 캄보디아엔 아직 삼육대학이 없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키워내고, 이 나라에 헌신하는 일꾼을 키워내는 사역을 하고 싶다.
Q. 이러한 봉사를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나?
최다인: 가끔 친구에게 연락하면, 그들이 항상 묻는다. ‘그곳 생활은 어때?’ ‘뭐하면서 지내?’ ‘네가 어떻게 그런 곳에서 버텨?’라며 신기해한다. 그럴 때면 ‘여긴 천국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은 분명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누고, 마음이 평안하고, 그걸 통해 내 자신과 주변이 변화하고, 그로 인해 행복하고, 잊고 있던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면 그곳이 지상의 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네가 있는 동안 방문해보고 싶다’거나 ‘돕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다. 확신하건데 단 일주일만이라도 이곳에 온다면 봉사하는 삶의 기쁨이 어떤 건지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선교사라는 게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닌데, 대단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삶인 것 같다.
김설아: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오래 있냐?’ ‘정말 대단하다’라고 말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한국을 한 번 떠나는 게 어려운 거다. 막상 오고 나면 생각이 바뀔 텐데,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성도들에게 전하거나 당부할 말이 있다면?
김종학: 우선 기도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어떤 기회라도 좋으니 이곳을 한번 방문해주면 좋겠다. 비단 선교경험뿐 아니라, 견학이라도 좋다. 일단 와서 본다면 선교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시각이 바뀔 것이다.
나 역시 이전에는 필드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만 선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도 선교사고, 치료하는 것도 선교사고, 파송하고 지원하는 사람도 선교사더라.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을 보고, 좀 더 많은 선교사를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한국 교회의 부흥과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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