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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여름성경학교’를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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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8.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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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교회의 어떤 가정사역 ...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한 경험”
충청합회 음성교회는 ‘시니어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9일 오전, 충청합회 음성교회.

“고무신 신고 아장~아장~ 느린 걸음 걸을지라도...”

“작은 내 빛 비추자. 환하게 비추자. ... 마귀가 훅! 하지 못하게 환하게 비추자”

기억 속에서도 지워졌을 법한 옛 어린이찬미가 창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왠지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건 놀랍게도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학생’들이다.

충청합회 음성교회(담임목사 김승완)가 새로운 콘셉트의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회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시니어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성경학교 순서를 어른 대상 전도회에 접목했다. 기수단이 입장하고, 찬미를 부르고, 수공과 게임을 하는 등 주요 프로그램은 그대로였다. 참가자들의 연령을 50대 이상으로 제한하고, 교과교재를 <명품인생학교> 강의록을 사용한 것만 달랐을 뿐이다.

선생님들의 봉사도 빛났다. 장혜경 사모는 재밌는 성경 이야기를 준비했고, 박수경 사모는 띠골지 꽃 만들기, 카네이션 만들기 등 흥미로운 수공 시간을 지도했다. 김태록 사모는 오렌지볼 카빙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합회 가정봉사부도 후원하며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현장을 직접 찾은 정순애 부장은 전체 진행과 게임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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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티셔츠를 곱게 맞춰 입은 학생들은 두 분단으로 나뉘어 준비된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다. 은퇴한 목사님도, 교장선생님도 이날만큼은 학생이었다. 색종이 접기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지만, 이내 알록달록 예쁜 카네이션이 꽃밭을 이뤘다. ‘경청’ ‘공감’ ‘반영적 경청’ ‘수용’ 등 인간관계의 변화를 위한 지혜를 배울 수 있으니 이 또한 유익했다.

마지막 날 안식일학교 시간에는 발표회를 했다. 마치 유치반, 유년반, 소년반처럼 조를 나누어 1조는 찬양과 성경학교 참여 소감을 전했고, 2조는 찬양과 기억절 암송을 선보였다. 3조는 찬양과 연극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익숙하지 않은 율동에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보가 터졌지만,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박수갈채와 환호가 이어졌다. 비록 얼굴엔 주름이 깊게 패었어도, 마음만큼은 열 살 동심 그대로였다.

32명의 졸업생에게 수료증을 전달한 성경학교장 김승완 목사는 “누구든지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재림의 그날까지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자”고 권면했다.

시니어 성경학교는 전도회를 열기 힘든 요즘, 어른을 대상으로 성경학교를 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음성교회는 물론, 충청합회에서도 처음이었다. 다른 합회에서도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희귀 행사’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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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을 떠올린 참가자들은 무척 즐거워하며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어린이들을 지도했지만, 이제는 머리가 희끗해진 노인이 되어 선생님 앞에서 율동을 하고, 말씀을 배우는 것 자체로 마냥 행복했다. 욕심 같아선 한 달이나 적어도 1분기에 한 번씩은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가자는 “어린이 성경학교와 뭐가 다를까 궁금해서 참여했는데, 별반 차이가 없더라. 오히려 열정은 시니어가 더 뛰어난 것 같다. 매년 어린이뿐 아니라, 시니어 성경학교도 정례화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는 “70년은 젊어진 기분이다. 힘이 빠져있던 노인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린아이처럼 기운이 나고 생기가 돌았다. 앞으로 더 건강해질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장로는 “끝나고 나니, 이 좋은 자리에 주변 친구들을 왜 데려오지 못 했나 아쉽다. 이번이 처음이라 분위기가 어떨지 몰라 초청하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많은 사람을 데려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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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회 정순애 부장은 “전도에 대한 부담이 많은 농어촌 교회들에 새로운 선교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새로운 형태의 전도회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구도자들이 함께하기에 부담 없이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집회에는 개신교 장로 부부가 참여해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음성교회는 앞으로 이 행사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관심을 갖는 다른 지역과 교회들도 시도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하고, 도울 마음이다. 혹, 유의해야 할 점을 묻자 준비된 교사와 홍보의 필요성을 제일 먼저 지적했다. 담임목사의 적극적인 도움 역시 빠지지 않았다.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서는 길, 기자의 등 뒤로 새로운 노래가 들렸다.

“싱글벙글 내 얼굴은 예수님의 것
골낸 얼굴 우는 얼굴 그건 아냐요.
앞에 보고 싱글벙글 옆을 보고 싱글벙글
싱글벙글 내 얼굴은 예수님의 것~”

기자도 어느 결에 부여교회 유년반에 다니던 개구쟁이 꼬마의 마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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