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리교회의 ‘어느 특별한 성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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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2.08.2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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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어린이와 70대 노인이 함께한 성경학교
5살 다혜와 4살 민재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기억절을 또박또박 외우자 교회 여기저기에서 일제히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은 의자 뒤에는 성경학교에 참석한 ‘노인 학생’과 장애인 성도들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앉아 있다.
“다음은 ‘노인 아이들’ 나와 기억절을 외우세요”
성경학교장 이정자 집사의 진행에 조용히 앉아 있던 노인들이 일어나 기억절을 외우기 시작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와 목소리를 맞춰 암송하는 노인들의 진지한 표정이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과 다름 아니다.
“이제는 ‘부모 어린이(?)’가 외울 차례입니다”
말이 끝나자 늦깎이 부모인 민재 아빠가 아들 앞에서 기억절을 암송했다. 기적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소중한 딸을 얻은 하 집사도 준비한 기억절을 외우기 시작했다. 뇌성마비라 잘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는 열심히 참여했다.
비록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온 교회가 성경학교로 하나 되는 안식일 오후였다. 순서가 하나하나 끝날 때마다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성도들의 얼굴에 꾸밈없는 행복이 듬뿍 담겨 있었다.
전남 장성군의 동호리교회. 면 소재지에 위치한 작은 교회다. 그러나 성도들은 지난여름, 성경학교를 위해 매주 안식일 오후 모여 계획을 짰다.
아이들이라곤 2명이 전부인데다 평균 75세 이상의 노인들이 대다수인 농촌 교회지만, 특색 있는 성경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성도들은 누구하나 예외 없이 아름다운 성경학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처음에는 두 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성경학교를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고,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해 회의감도 들었지만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의 한 여인을 만나기 위해 한나절 이상 제자들과 함께 걸었던 일을 생각하며 한 영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성경학교 교장으로 봉사한 이정자 집사는 기도하면서 고민하는 가운데 독특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노인이 많은 시골 교회의 특성을 이용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성경학교’를 생각해 낸 것이다.
이 집사는 교인들에게 각자 책임을 분담시켰고, 모든 성도들이 이 일에 적극 동참했다. 1급 지체장애인 화가인 그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성경학교 로고와 예수님의 얼굴을 직접 유화로 그려 판넬로 제작했다. 인터넷에서 소품을 주문하는 등 하나씩 자료를 준비하고, 순서를 알차게 기획했다.
교회의 유일한 청년인 주성목 군은 액정화면에 어린이 노래를 틀고, 이야기와 게임을 준비했다. 휠체어에 앉아 풍선을 불어주는 장애인 동료도 있었다. 무더위와 싸우며 아이들을 위해 연일 맛있는 간식을 준비하는 손길도 빠지지 않았다. 교회 벽면에는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의 성장모습이 담긴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모든 교회의 성도들이 성경학교를 위해 한 마음으로 동참했다. 아이들은 마치 운동회나 소풍을 앞둔 것처럼 들떠 있었고, 노인들도 덩달아 마음이 설렜다. 오랜만에 교회에 활력이 돌았다.
동호리교회의 성경학교는 이처럼 비록 적은 수의 아이들이지만, 어른들에게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달할 책임이 주어졌다는 생각과 노인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성경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시각의 변화로 즐거운 추억을 선물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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