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팽목항 밥차에서 만났던 정성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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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4.06.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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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위해 생업 뒤로 한 채 자원봉사 헌신
오랜만에 이 지역에 사는 성도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반가움과 기쁨보다는 무거운 침묵과 안타까움이 흘렀다. 이날은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지 25일째 되는 날이었다.
안식일학교 시간, 사업장려를 위해 단에 오른 건 진도남부교회에 출석하는 정성도 장로였다. 그는 진도지역 평신도협회장이자 호남합회 서남부지역 부회장으로 봉사하는 평신도지도자다.
정 장로는 “차갑고 어두운 침몰하는 배안에서 안타깝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생명을 잃었을 희생자와 지금도 사랑하는 아이의 귀환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우리가 재림을 기다리는 ‘남은 무리’라고 말하면서도 혹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무관심하게 여기며 살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엄중한 사명은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에게 영생과 구원의 손길을 펴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비록 태만하게 살았더라도, 앞으로는 영혼구원에 몸을 바치는 삶을 살자”고 강조했다.
그것이 생업을 접어둔 채, 사고 발생 이튿날부터 매일 팽목항에 나와 봉사했던 그의 뜨거운 진심이었다.
이날 오후 팽목항에서 정 장로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날은 유속이 느려지는 소조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하지만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수색작업이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물기에 젖은 바가지와 반찬꾸러미가 들려있었다.
밥차에서 쌀을 씻으며 인터뷰를 하던 한 여집사가 “정성도 장로님은 자기 농사일도 포기하고 여기 나와서 계속 봉사하고 계셔요”라고 귀띔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모자란 농번기에 매일 같이 봉사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정 장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여기 계신 분들, 다 자기 일 내려놓고 나오신 분들이에요. 그나마 저는 다행히 아내가 양배추 농사 관리를 잘 해주니 마음을 놓을 수 있지만, 다른 분들은 저보다 더 사정이 급한데도 너나없이 나와서 일하시잖아요”
그 말에 밥차에서 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래도 호박이랑 대파 농사는 이거 때문에 접었잖아요?”
그가 나지막한 너털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런 아픔과 고통에 동참하는 게 우선이지. 저는 실종자 가족들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로 아픔을 이겨내고, 욥처럼 재기의 축복을 받으면 그것으로 됩니다. 농사야 다음에 또 지으면 되지...”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고, 바람도 거세게 불 것이라는 예보대로 갑자기 바람이 팽목항 선착장을 세차게 때렸다. 잠시 천막 안으로 몸을 피했다. 약 20분 동안 정 장로와 마주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이 타인에 대한 감사와 칭찬이었다.
“진도지역 목사님들이 다른 일도 많은데, 여기까지 신경 쓰느라 무척 힘이 드실 겁니다. 교회적으로도 일이 많고... 그럼에도 현장에서 요청하면 즉시 달려와서 도와주세요. 평신도와 목회자가 하나 되는 곳입니다. 여기가...”
그의 말이 이어졌다.
“노후한 밥차에서 봉사하시는 집사님들도 여간 고생하시는 게 아니에요. 저게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보여도 열기가 밖으로 배출이 안 되서 한 시간만 있어도 땀으로 샤워를 해요. 그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묵묵하게 일하시는 거 보면 대단해요. 우리 여집사님들 존경스러워. 허허허...”
그는 이곳에 있다 보면 사도 시대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서로 있고 없는 것을 융통하면서 숭고한 봉사정신으로 유무상통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예수님의 정신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말이에요. 서울, 인천, 대전... 전국 각지에서 봉사를 오시겠다는 분들이 줄을 섰어요. 광주나 목포에 사는 분들은 벌써 두세 번씩 오신 분들도 계세요. 정말 고맙죠. 무엇보다 우리 지역 성도들이 초기 대응을 잘해서 감사해요”
그는 이번 재난을 겪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특히 아드라의 체계적인 구호 시스템이 정말 중요하고,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밥차가 진입을 하거나 부스를 설치하는 것까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야겠더라고요. 지선협별로 구호 책임자를 배정해서 언제, 어디에서 재난이 일어나더라도 초등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기자가 물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봉사하실 계획이세요?”
“지금 생각은 이분들과 끝까지 함께 하자는 겁니다. 하나님은 알파와 오메가 아니십니까? 다른 단체가 봉사를 모두 끝내더라도 우리는 마지막 청소를 할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는 게 여기 계신 분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후 40여 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팽목항에서 봉사한 정성도 장로는 지난달 28일 오후 급성 심근경색으로 목포한국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4일 오전 퇴원했다. 사고 발생 이틀 후부터 팽목항을 지켰던 아드라코리아의 밥차도 팽목항이 정상 개방되는 것과 때를 같이해 현장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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