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앓이’ 신드롬에 가려진 ‘용의 발톱’을 주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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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4.08.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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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근본주의 ‘폭력’으로 규정 ... “가톨릭 변하지 않았다는 것 명심해야”
교황의 이번 방한은 한국 사회에 큰 변곡점을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서울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로마행 비행기 트랙에 오르는 순간까지 언론과 대중은 한 인간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열광했다. 종교적 믿음이 다른 비신자까지 교황에게 손을 뻗어 환호를 보냈다.
언론은 “권위를 내려놓고 상대를 배려하는 친근하고 서민적인 모습에서 한국은 물론, 세계인의 주목과 존경을 이끌어냈다”고 보도하며 “낮은 자리로, 더 가까이, 가식을 버리고 다가선 교황의 소박함에 종교를 초월한 애정과 관심이 모아졌다”고 앞 다투어 타전했다.
특히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 약한 자와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배려,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교황에게서 사라져버린 우리 사회의 가치를 기억해 내고 있다”며 “교황의 언행에 감동을 받은 이들은 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마치 연예계 스타를 대하듯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황의 이런 ‘인기’는 비단 한국뿐 아니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정했고, 미국의 포춘지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그를 꼽았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가 아닌, 세계 종교계의 ‘대부’로 추앙받는 모양새다.
이처럼 그의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다. 교황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사람들은 그를 평화와 화해, 일치의 메신저로 떠받들었다. 실제로 그는 지구촌 분쟁의 ‘해결사(?)’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중동지역 방문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는 등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 문제를 풀어가는 그의 정치적 역량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방한 이전부터 교황의 한국 방문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며, 거의 60년 동안 공식 외교관계를 갖지 않고 있는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에도 긍정적 기류가 흐를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가 지면을 장식했다.
이런 신뢰는 앞으로 지구촌이 재난의 위험에 빠지거나, 전쟁의 공포 그리고 사회가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공황에 처할 때 교황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지도자로 우러러 볼 수 있는 계기를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다.
교황이 최근 보여 온 일련의 행보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월 12일 교황 프란치스코는 스페인 언론 <라 반구아르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죽이지 않고 누구도 공격하지 않더라도 근본주의는 폭력이다.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근본주의에 기반을 둔 분쟁은 종교의 가르침과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종교적 근본주의를 ‘폭력’으로 규정한 이 같은 발언은 자유주의 신학을 거부하며 성경의 모든 내용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고, 성경 중심의 신앙에 충실한 기독교인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발언이다. 이러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앞으로 교황권이 어떤 걸음을 걸어갈 것인지는 자명하다.
교황은 얼마 전 ‘행복 십계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중 다섯 번째 계명은 ‘주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라’는 것이고, 일곱 번째는 ‘타인을 개종하려 들지 말라’는 내용이다. 일견 합리적이고 건전해 보이지만, 이 내용이 일요일 법령(Sunday Law) 제정과 관련한 움직임 중 가장 대표적인 명분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위험성과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행보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권력은 증대될 것이며, 인기는 파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는 이러한 권세와 배경을 가지고 세계 평화를 부르짖으며 ‘빈자들의 벗’이 되어 낮은 발걸음으로 외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한국 방한에서 확인된 것처럼 유수의 언론은 “교황의 발언이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고 무게감을 갖도록” 경쟁적으로 보도해 여론을 주도할 것이다.
이번 교황 방한을 지켜본 한 원로 목회자는 이 같이 말했다.
“가톨릭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비로운 미소 뒤에는 암흑시대를 거치면서 종교재판을 통해 수많은 성도를 핍박한 ‘피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재림교인들은 마지막 시대, 급변하는 역사를 직시하며 하나님의 섭리를 살피는 혜안을 갖고 지금 이 엄중한 순간을 바라봐야 한다”
교황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 선례를 따를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다. 전통을 폐지하고, 교회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으며, 교서를 발표할 수도 있고, 협의를 거치지 않고도 교회 안 규정을 바꿀 수 있다. 어떤 문제들에 관해서는 추기경단의 자문과 충고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모든 일에 있어 교황 자신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주어져 있다. 인간이 하는 재판은 받지 않기에 법정에 소환되지 않을 권한도 있다.
그것이 로마의 주교이자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인 교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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