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살아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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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4.06.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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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문화 계몽 수기 대상 수상작 전문 ... 서울북부교회 박필희 사모
그럼에도 시아버님이신 고 박준호목사님과 함께 43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온전히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며 목회자의 아내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오신 분입니다.
제가 시집온 지 한 달도 채 안되어서 늘 몸이 아프셨던 시아버님이 폐암 말기라는 선고와 함께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저는 임신한 상태로 어머니와 함께 4개월 간 정성을 다해 간병했지만 회복하시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었습니다.
평생 버팀목이셨던 남편과의 사별과 애지중지 키워왔던 외아들이 결혼과 함께 목회를 위해 일선 교회로 떠난 후 생겨난 허전함과 외로움을 혼자 견디시기 무척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평생 목회 내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의 목회현장에 작은 도움이나 주시겠다고 적극 참여하셨지만, 교회의 젊은 세대들과의 차이점들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자 옛날 어머님이 목양하셨던 교회와 교우들을 찾아다니는 외출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외출이 잦아지자 여기저기서 불편한 이야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예전과 조금씩 다른 이상 행동을 보이셔셔 병원을 찾은 결과 "배회성 치매"라는 판정과 함께 이미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머니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서 외출하는 어머니를 찾아다니는 일과 외출을 만류하는 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어머니의 치료와 간병을 위해 목회를 그만둬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즈음, 2001년 겨울 매우 추운 날 외출을 하셨던 어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서 거동을 할 수 없는 반신불수 상태로 자리에 눕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친정부모님과 시아버님도 돌아가시고 한 분 밖에 안계신 어머니인데 왜 이렇게 고난을 주시는지 눈물을 흘리면서 하나님께 치유의 기적을 주시도록 탄원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슬픔의 애환을 끌어안고 어머니를 섬기고 봉양한지 26년, 중풍과 치매환자로 누워계신 어머니를 모신 지도 어언 14년이 되어갑니다. 지난 세월동안 제게 주어진 짐이 무거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 불면의 시간들과 육체적 정신적 고통들을 견디기 위해 진통제를 의지해야만 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하나님께 매달려 모든 짐들을 그분께 내려놓는 믿음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도 회복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안타깝게도 3년 전부터는 더 이상 물이나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어서 경관급식을 하고 계시지만, 아직도 새벽 녘에 들려오는 신음과도 같은 나즈막한 숨소리를 들을 때면 "하나님 ,오늘도 어머니를 살아있게 해주셔셔 감사합니다"라는 안도의 기도를 드립니다.
우리에게 힘겨운 순간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꿋꿋하게 이 길을 걸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늘 따뜻한 말로 격려해 주시고 진심어린 기도를 해 주신 많은 분들의 크고 작은 도움 때문임을 잊지않고 기억합니다.
가끔씩 교우들께서 어머님을 위해 좋은 과일과 귀한 약재들을 사택 문 앞에다 말없이 갖다 놓으시기도 해서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는 평균 연령이 80세 되시는 어른들이 수십명 출석하시는데 저희를 볼 때 마다 두 손을 잡고 효자효부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 주십니다.
부족함이 많지만 어머니를 인하여 어른들께 사랑받는 목회자 가정이 된 것 또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살다보니 이제 저희 부부도 오십 고개를 넘어섰습니다. 매순간 하나님께서 돌봐주시지 않았다면 결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슴을 절감하며, 우리의 걸음걸음마다 하나님의 은혜였슴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젠 어머니와 함께 할 시간들이 그리 많지 않음을 느낍니다. 저희 가족들은 어머니의 남겨진 시간들 뿐만 아니라 임종의 순간까지도 가장 편안한 축복을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지난 26년의 세월을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고통과 시련이 아니라 축복과 감사가 되게하신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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