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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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1.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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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빵’으로 이웃사랑 빵빵하게 나누는 철원 동송교회
얼마나 지났을까. 모락모락 김이 나는 오븐에서 부저가 울린다. 고소한 냄새가 주방에 가득 퍼진다. 뚜껑을 열자 노릇노릇 익은 빵이 얼굴을 드러낸다. 이날 하루만 500개의 통밀단팥빵을 만들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자들은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만큼 손발이 척척 맞는다. 빵이 익는 동안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날 교회에 오지 않은 성도와 전도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자체로 소그룹이다.
한쪽에서는 비닐봉투에 음료수와 빵을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주로 나이가 많은 노집사와 은퇴장로가 역할을 맡는다. 봉투하나에 음료수 2개와 빵 4개씩 담는다. 각종 전도지와 <시조> <가정과 건강> 등 선교책자를 함께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구순이 가까운 신승덕 장로는 “힘은 들어도 어려운 사람을 위한 봉사니까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배운 대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뿐”이라며 활짝 웃는다.
오후 1시에 시작한 빵 만들기는 5시쯤 끝났다. 이제부터는 배달이다. 주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가정 등 소외계층 이웃에게 전달한다. ‘사랑의 빵 현황’이라고 적힌 대상자 명단에는 80가정의 이름이 올라있다. 정성껏 구운 따끈한 빵을 나누는 일은 자연스럽게 집집방문 전도활동으로 연결된다. 맛있는 먹거리를 나누는 일이니, 거부감은커녕 오히려 환영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매주 해질녘이 되면 대문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방긋 웃는 수혜자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 겨울이면 언 손을 호호 불어 녹여야 할 만큼 춥고, 여름이면 비지땀이 등줄기를 흥건히 적시기 일쑤지만, 이 일을 쉽사리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다. 봉사자들이 전하는 것은 한 조각 빵을 넘어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영생으로의 초대를 의미한다. 매주 안식일, 서중한합회 철원 동송교회(담임목사 조민철)에서 펼쳐지는 모습이다.
동송교회 ‘사랑의 빵 나눔’ 사업의 가장 큰 힘은 꾸준함이다. 2007년 10월 시작했으니 올해로 10년이나 됐다. 그사이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이러한 선행을 인정받아 2009년 강원도지사 표창, 2014년 철원군 ‘으뜸봉사단체’에 선정됐다. 지난 연말 열린 강원도 자원봉사자대회에서는 김성열 집사와 이영복 집사, 조정예 집사가 자원봉사자 금장(1500시간 이상)과 은장(1000시간 이상)을 각각 인증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보다 봉사 그 자체가 좋다는 이들이다.
활동은 당시 담임이었던 이창업 목사와 남상덕 집사의 주도로 시작했다. 제과점 운영 20년 경력의 남 집사는 이미 대전동부교회에서 빵 나누기를 통한 이웃사랑실천사역을 경험했던 터다. 남 집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 목사는 “만약 자금이 부족하면 내 돈으로라도 충당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성도들도 “교회가 봉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며 팔을 걷었다.
사실 교회를 증축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부담이 컸지만, 복음사업에 대한 사명과 믿음으로 무작정 집기를 장만했다. 오븐과 빵틀, 쇼핑백 등 700만원의 초기비용을 투자했는데, 이때 산 기계를 지금도 사용한다. 재료비를 포함해 한 달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40만원. 모두 도르가헌금으로 충당한다. 솔직히 사업초기만 해도 매주 적잖은 예산이 들어갈 게 분명해 고민이 많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부분을 놀라운 방법으로 채워주셨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번거롭고 불편했다. 레시피는 있었지만, 보기와는 달리 쉽지 않았다. 날씨, 배합, 숙성 등 까다롭게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처음 서너 달 동안은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봉사단원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배우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웬만한 제과점 제품보다 더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빵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평균 출석생 50명 안팎의 전형적인 농어촌교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하게 이웃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합이다. 숨은 헌신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한 발 더 먼저 움직이고, 한 번 더 손을 뻗는다. 때로는 재료구매부터 예산배정까지 혼자 책임져야 하지만, 일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다.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팔이라도 솔선수범하려 애쓴다. 그러니 뒷말이나 불평이 없다. 마치 한 가족 같다.
동송교회는 매년 가을 특별한 행사를 연다. 사랑의 빵을 받는 수혜자와 독거노인을 초청해 푸짐한 음식과 다양한 순서로 즐거운 한때를 선사하는 노인잔치가 그것이다. 지난해에는 선교여행 때문에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무료진료, 웃음치료 등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벌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사랑과 나눔, 봉사와 치료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기획하고 있다.
조정례 집사는 “예배 마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한데 모여 봉사활동을 하니까 교인들 사이가 훨씬 화목하고 끈끈해졌다. 교회의 분위기도 활력이 넘친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그걸로 된 거다. 이런 모습을 통해 전도가 되고, 희망을 전할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동송교회 ‘사랑의 빵 나눔’ 사업은 영혼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수혜자가 봉사자가 되어 침례를 받거나, 잃은 양이 신앙을 회복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문을 듣고 일손을 도우러 왔다가 재림기별을 발견한 이도 있다.
송정자 성도는 “봉사는 좋지만, 교회 다니라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말라”며 고개를 가로 젓던 사람이다. 석 달 남짓 빵 만들기에 참여했던 그는 교회의 가족 같은 분위기에 완고한 마음이 녹으면서 성경을 공부했다.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영접한 그는 이제 동송교회의 선교역군이 되어 복음전도에 열심이다. 그를 통해 현대진리를 깨달은 이웃이 몇 명이나 된다.
신영애 집사는 서울에서 교회에 다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뒤로는 교회와 담을 쌓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앙과 멀찍이 거리를 두었던 그는 ‘빵이나 만들며 봉사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교회에 발을 디딘 이후 다시 정착해 7년째 이웃사랑을 나누고 있다.
최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한 초신자도 “처음에는 교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빵 만들기 봉사에 참여하면서 재림교회를 알게 됐다. 마침 농한기라서 시간도 많은데, 좋은 일도 하고 예수님의 사랑도 알게 되어 기쁘다. 이웃들도 빵이 정말 맛있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앞으로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처럼 동송교회 ‘사랑의 빵 나눔’ 사업은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육신의 양식뿐 아니라, 영생의 양식을 전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재림의 그날까지 예수님의 사랑을 가득 담은 따뜻한 빵을 나누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동송교회 성도들은 목회자가 세 번이나 바뀐 지난 1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떻게 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었을까. 평균 출석생 50명이 채 되지 않는 교회에서 말이다.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2017년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봉사가 사명 되고, 사명이 습관 되어 복음을 나누는 서중한합회 동송교회 이야기는 <교회지남> 2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2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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