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②] 나는 왜 ‘토요 시험’을 거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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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2.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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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국가시험 결시하고, 시험장 대신 교회 찾은 서한나 양(가명)
안식일을 구별하여 성수하기로 결심한 재림청년 3명은 토요일(7일)에 치러진 시험을 거부하고, 결시했다. 이들은 시험장 대신 서울영어학원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렸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났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이들 중 2명을 만나 토요 시험을 거부한 이유와 심경,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을 들었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실명과 사진은 게재하지 않는다. - 편집자 주 -
▲ 의사국가시험이 실시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몇 달 동안 국가고시 준비로 많이 지쳐있어서 지금까지는 주로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 의사국가시험 당일 날 영어학원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당시 마음이 어땠나요?
-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감사하게도 원망이나 미련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많은 성도들 사이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나도 이 가운데서 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국가시험 날짜가 발표된 뒤로 제 기도제목 중 하나는 올해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순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시선이나 기대에 의한 순종이나 마지못해 드리는 순종이 아닌 온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안식일을 지킬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에 ‘세상이 알 수도 없는 그러한 평안’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금요일에 대전에서 시험을 보고, 서울로 올라올 때부터 내내 마음이 후련하고 가벼웠습니다. 다만, 믿지 않는 아버지를 생각할 때 눈물이 나고 많이 걱정되었지만 시험에 대한 미련은 없었습니다.
안식일학교가 끝나고 목사님께서 축도하실 때,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예배를 드리고 있는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셨는데 그 때 수많은 성도들의 ‘아멘’ 소리가 마음에 와서 박히는 것 같았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많은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습니다.
▲ 기적 같은 기도의 응답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뜻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하나님이 원망되지는 않았나요?
- 시험일이 발표되었을 때는 하나님께서 이 일을 해결해주시리라 믿었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도 안식일 시험을 해결해주셨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뒤로도 생각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했기에 이번 국가시험도 그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얼마든지 국가시험 날짜를 옮겨주실 수도 있으셨지만, 왜 그렇게 하지 않으셨는지 그 뜻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 자신과 신앙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고,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열심히 말씀을 읽었고, 그때마다 저에게 필요한 말씀을 주시고, 제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마음을 준비시켜주신 것 같습니다.
‘믿음으로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고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밝혀지고 분명해질 것에 대하여 우리는 감사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파기된 계획과 실패만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애를 위하여 완전하고 아름다운 계획을 가지고 계셨음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12)’ <정로의 계단>에 있는 말씀입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께서 이러한 일을 허락하셨을 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왜 ‘토요 시험’을 거부했나요?
- 안식일 시험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시험을 보고 의사가 되어 더 많이 봉사하고 살면 된다고 말합니다. 또 학교 교수님께서도 이번에 시험을 보고 1년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1년 동안 정말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하라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데, 이건 잘못이 아니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니 안식일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은 99%, 어쩌면 100% 제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시험을 응시하는 것은 타협이라는 생각에 시험을 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떠한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알고 있는데 당장 눈앞에 이익을 위해 시험을 보겠다는 결정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 결과적으로 6년간 공부한 결실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선택에 대한 후회나 미련은 없습니까?
- 처음에는 홀가분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랜 고민에서 해방되는 것 같았고, 참 이기적인 제가 이번만큼은 모든 것을 그분께 맡기고 큰 시험 하나를 이겨낸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동기들의 병원 합격 소식이 들려오면서 밤에 자려고 누우면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씩 생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면서 마음이 한 번씩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 때마다 다시 무릎을 꿇고 기도하게 됩니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지만 앞으로 다음 시험까지 1년 동안 막연한 불안감과 슬픔이 한 번씩 찾아오겠지요. 그때마다 하나님을 열심히 붙잡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토요일 시험에 응시했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죄책감도 들고 괴로웠을 거예요. 하지만 괴로운 것도 금방 잊고 바쁜 인턴생활에 치여 조금씩 신앙을 타협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서 숨 돌릴 틈 없이 계속 달려왔는데, 몇 달 쉬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결실을 얻지 못한 것처럼 보이고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온 걸 누구보다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이 일로 손해 보게 하지 않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토요 시험 거부에 대해 학교 친구들이나 교수님 등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학교 동기들은 제 이야기를 듣고 많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떠한 결정을 하든지 너의 선택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한 동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딱 하루니까 꼭 시험을 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교수님들도 저를 보실 때마다 시험을 보라고 설득하셨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다음날 아침, 한 교수님께 연락이 와서 당연히 꾸중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오히려 교수님께서 “너의 신념 때문에 시험을 안 본거라면 이해한다”고 힘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이해하신다고 말씀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 한나(가명) 양은 아버지께서 신앙을 하시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아버지께서 화가 많이 나셨어요. 몇 달 전에 말씀을 드린 적은 있었지만, 아마 아버지는 정말로 시험을 안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시험 전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안식일에는 시험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렸어요. 내심 진짜 시험을 안 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셨을 아버지께는 너무도 드리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래도 꼭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금요일 시험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시험 때문에 마음이 괴롭거나 미련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이렇게 아버지를 괴롭게 해드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저도 견디기 힘든 괴로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금요일 밤 내내 참 많이 울었고 ‘하나님,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 말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주에 학교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화가 많이 누그러드셨고 다행히 저를 크게 혼내시거나 더 화를 내지는 않으셨어요. 지금도 시험 생각을 하면 많이 속상해하시지만, 그 일 때문에 화를 내지는 않으십니다. 여러분의 기도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 몇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국시원에 전화를 하고 민원을 올리기도 했지만, 국시원은 몇몇 학생의 종교적인 신념까지 고려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듭 거절했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행정심판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번 시험이 토요일에 치러진다면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하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권위원회와 행정심판 결과 발표 날짜가 다가오자 긴장이 되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문득 그런 제 모습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낱 인권위원회와 행정심판의 결과에도 이렇게 마음을 졸이는데, 그동안 하나님의 말씀에는 얼마나 귀를 기울였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의 심판 앞에 나는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국가고시 날짜가 발표되기 전까지 교회만 왔다갔다하며 말씀 보는 것도, 기도도 게을리 하며 지낸 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안식일을 ‘지키기’는 했지만, 진정 제 마음속 깊이 안식일을 올바로 지켜왔는지 생각하면 참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국가고시 날짜가 발표된 뒤에도 ‘내가 그동안 안식일을 지키면 얼마나 잘 지켰나’ 하는 생각에 괴로웠고, 안식일에 시험에 응하지 않는 것이 순종의 모양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들 때문에 기도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을 펼 때마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제 모든 것들을 다 아시지만 저를 사랑하시고 늘 저의 곁에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그러한 저를 위해 예수님께서 어떠한 값을 치르셨는지 도요.
비록 국가인권위원회와 행정심판 결과는 기각됐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보고 계시고 저를 위해 오래 전부터 길을 준비해두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 생활하는 내내 끝이 없어 보이는 시험과 경쟁 속에서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해 애쓰며 지내오다가 그러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맡기고 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 지난 몇 달 동안 국가고시 준비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지쳐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일단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잠깐 미국에 가서 연수를 받고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공부한 동기들은 올 한 해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며 그만큼 성장할 텐데 저는 1년이 늦어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는데, 잠깐이지만 미국에 다녀올 기회가 생겨서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가 생긴 만큼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오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반기에는 다시 열심히 공부하려고 합니다. 시험 날짜가 토요일이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는데, 올해는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함께 기도하고 마음을 모았던 <재림마을> 독자와 성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 이 일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혼자였다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텐데, 여러 선배들과 목사님들께서 본인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함께 기도해주시고, 마음 아파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참으로 큰 사랑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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