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그룹 어때요] 부산서면교회 ‘태권도 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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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3.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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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커가는 구령에 ‘교회도 튼튼’ ... 태권도 선교단 꿈꿔
본격적인 순서를 시작하기 전, 동그랗게 모여앉아 성경을 편다. 오늘의 ‘만나’는 누가복음 5장 말씀. 베드로의 삶을 되돌아보며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을 다짐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스트레칭과 체조에 이어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됐다.
‘하나, 둘’ ‘하나, 둘’
‘얏!’
구령에 맞춰 지르기와 발차기를 하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힘찬 기합소리가 교회 밖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밖은 여전히 영하권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창문을 열어야 할 만큼 열기가 후끈하다.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러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약 1시간 동안의 활동은 상호간 예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체육관은 다시 식당으로 바뀌었다. 영남합회 부산서면교회(담임목사 이성일)의 ‘태권도 소그룹’ 모습이다. 올해로 벌써 3년째인 이 소그룹은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처음 태권도로 소그룹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반원 대부분이 승급 심사를 앞두고 있을 만큼 반응이 좋다.
태권도 소그룹이 이렇게 뿌리를 내리게 된 데에는 강수현 장로(공인 8단)의 헌신이 컸다. 태권도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교회에서도 선교회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년간 부산지역 지체장애인의 건강과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5년에는 장애인체육활동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표창을 받을 만큼 신앙과 이웃사랑 정신이 투철하다. 교회의 선교발전을 위해 자신이 헌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특기이자 달란트인 태권도를 소그룹에 접목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낯설고 의아해 했지요.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모여 활동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는데, 진심을 알아주신 성도들이 열심히 따라주셨습니다. 반원들이 친교와 전도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모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신앙생활이 한층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전도훈련을 더욱 강화할 생각입니다”
잠시 쉬는 시간, 반원들의 옹기종기 모여 ‘태권도 예찬론’을 펼쳐냈다. 방혜정 집사는 “생활에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실력이나 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몸이 건강해지니까, 교회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선자 집사와 김연심 집사는 70세를 훌쩍 넘긴 최고령 참가자다. 2014년 8월부터 시작했다는 유선자 집사는 올해 검은 띠에 도전할 마음이다.
이들은 “대부분 우리 나이쯤 되면 ‘뒷방늙은이’ 취급 받기 마련인데, 이렇게 젊은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예전에는 예배를 마치면 집에 가기 바빴는데, 요즘은 교회에 있는 게 훨씬 즐겁다. 더 자주 모이니까 교인들 사이에 단합도 잘되고, 유대관계도 훨씬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자 집사는 “한때는 허리가 아파 계단도 오르지 못할 정도였는데, 태권도 소그룹에 참여한 뒤로는 근력이 좋아져 이제는 거뜬하다. 주변으로부터 표정이나 인상이 한결 편안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야 말로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이 자체가 힐링”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부산서면교회 태권도 소그룹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선교다. 이런 활동이 비단 개인의 만족이나 친교에 그치지 않고, 이웃의 필요를 채우고 나누는 전도의 모티브가 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운동 후에는 도복을 입고 인근으로 전도지배포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장기결석자 방문 등 교회의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명숙 집사는 “유단자가 배출되면 비신자 대상 전도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에게 태권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선교의 매개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이웃을 교회로 초청하고, 구도자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원들이 탄탄한 팀워크로 영혼구원 사업에도 주도적이다. 모두 태권도 소그룹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일 담임목사는 “21세기의 교회는 말로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워줘야 한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사회 및 주민과의 접촉점을 이루는 태권도 소그룹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서면교회 태권도 소그룹은 머잖은 날 ‘태권도 선교단’의 발족을 꿈꾼다. 이를 위해 올해는 소그룹을 더욱 활성화할 마음이다. 이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전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드온의 300명의 군사 같은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서면교회의 태권도 선교단이 발족하는 날,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기자도 도복을 챙겨 입고 ‘태권 동자’가 되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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