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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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8.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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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전문요양원 수탁해 실버선교 새 장 여는 순창교회
귓가에 살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침대에 누워 있던 백발의 할머니가 몸을 번쩍 일으켜 세웠다. 안부를 묻는 관장 표연근 목사의 손을 맞잡고는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다. 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가만히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보호자의 눈빛에도 신뢰와 고마움이 흐른다.
순창군노인전문요양원의 흔한 모습이다. 이 요양원은 호남합회 순창교회(담임목사 표연근)가 전라북도 순창군으로부터 위탁 운영하는 시설. 그동안 합회나 기관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복지시설을 수탁한 전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지역 단위 개교회가 노인전문요양원을 직접 수탁한 일은 이례적이다.
순창노인전문요양원은 치매·중풍 등 중증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들에게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보호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설립했다. 중증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을 봉양해야 하는 가정의 어려움을 해소해 가정복지를 증진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2008년 6월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된 요양원은 2012년에는 일부 시설을 리모델링해 더욱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1684㎡(약 509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총 대지면적 6813㎡(약 2060평) 규모다. 입소정원은 60명이며, 37명의 종사자가 봉사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순창교회가 운영한다.
요양원은 진료실을 비롯해 물리치료실, 입원실, 간호사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입소 노인들이 내 집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 중 심리안정실은 특히 인기 있다. 흔들의자와 수족관, 물침대, TV 등 편의시설과 함께 은은한 조명아래 잔잔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오디오 시설이 완비돼 있어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리치료실에는 온열 돌침대와 전신마사지가 가능한 롤링베드를 비롯해 다리근력, 상부, 재활치료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순창교회의 노인전문요양원 사업이 주목받는 까닭은 단순히 한 지역교회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회복지시설을 수탁 받아 운영한다는 데 있지 않다. 이 같은 사업이 선교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비전에 따라 추진된 것이기에 남다르다. 순창교회는 지난해 자체 진단평가 프로그램을 가동해 교회의 현실과 필요를 파악했다. 그리고 ‘비전 2025’ 마스터플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 사회복지관(패스파인더센터) 운영 ▲귀농귀촌센터 설립 ▲우수농산물 직거래센터 ▲노인요양원 개설 ▲재림교회 바로알리기본부 등 필요중심 선교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사업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그 중 가장 어렵게 보이던 ‘노인요양원 개설’ 사업이 제일 먼저 결실을 맺었다.
순창교회의 이러한 사례는 고령화와 노인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지역에서 교회가 어떻게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전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케이스다. 순창교회가 노인전문요양원 사업과 함께 그리는 미래선교 비전은 분명하고 뚜렷하다.
우선 청소년 그룹을 유입시킬 수 있는 통로를 재건할 마음이다. 청소년을 교회로 이끌 수 있는 선교적 통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역이기 때문이다. 순창교회는 과거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폐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법적 요구사항인 단점을 극복해 세운 계획이 청소년 사회복지관이다. 패스파인더 사업을 사회사업으로 확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교회는 태스크포스 팀을 꾸렸고,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교인 중심의 도농직거래 혹은 협동조합 설립도 꿈꾸고 있다. 직거래 장터를 통해 지역의 훌륭한 자원을 전국 단위로 판매 유통하고, 그 일에서 재림교인이 지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재림교회의 사회적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표연근 목사의 생각이다.
그는 “이런 일은 우리가 자주 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어색하고 생소할 뿐이지, 사회적으로는 이미 검증되고 활발하게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교회가 중심이 되어 교인과 지역민을 위한 창구를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민과 섞일 수 있는 좋은 전도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일이 가능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역시 요양원 수탁이다. 요양원의 소비전략을 협동조합이 공략한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도를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현실적 고개도 만만찮다. 어려운 점은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 교회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대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순창교회는 이러한 난관에 굴하지 않는다. 요양원 수탁이 그랬듯,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간다. 순창군 농·특산물직판장과 협약을 맺어 농가를 통한 농산물 구매 체제를 확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요양원은 지난 7월 27일 순창군농·특산물직판장과 식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순창군 농민들이 정성껏 기른 농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개원 이후 지역사회 물가안정을 위해 공동구매, 협동조합, 소비자물가 감시기구 설립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던 가운데 농·특산물 직판장과의 연계 방법을 강구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적정 가격으로 거래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품질 좋은 농·특산물을 적절한 가격에 상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순창노인전문요양원은 입소자들에게 최고의 식자재로 최선의 건강식을 제공하는 시설이 되겠다는 각오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역 농가는 소득증대에 안정적으로 일조할 기회를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맞춤형 생산농가 관리 계획의 동기를 직판장 측에 제공함으로써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장 표연근 목사는 “요양원 사업, 교회 사업, 지구 사업, 활동반 그리고 연합회의 숙제 등 취임 이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오전 6시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달려왔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아무리 바쁘고 할 일이 많아도 어차피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은 흐른다는 것이다. 부지런히 살아도 하루는 지나가고, 게을러도 마찬가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가 ‘비전 2025’ 마스터플랜이 완성되었을 때의 가치사슬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은 ‘이렇게 살다 죽어도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고마운 것은 목사의 힘듦을 예측하고 함께 뛰어들어서 밥 한 끼 사주고, 내 눈을 바라봐주고 진심으로 기도해 주는 성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겁니다. 그분들이 지지해준 칭찬과 격려가 정말 큰 힘이 되고,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2017년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지역 노인전문요양원을 수탁해 실버선교의 새 장을 열어가는 호남합회 순창교회 이야기는 <교회지남> 9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9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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