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춘천에서 만난 한국삼육고 마라토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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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11.0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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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11주년 기념 친구사랑 캠페인 일환 ... 고3 수험생 응원도
‘김다윤, 권준혁, 고소현, 김지수, 김유림, 손현지, 우성철 파이팅!’
‘예아 학생회 선배님들 힘내세요’
지난 10월 29일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대회 현장. 섭씨 10도가 채 되지 않는 낮은 기온은 쌀쌀함을 넘어 다소 춥게 느껴졌다. 희뿌연 안개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절로 어깨가 움츠려 들게 할 만큼 체감온도를 낮췄다.
감색 유니폼을 맞춰 입고 제자리뜀걸음을 하며 ‘예열’하는 마라토너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등에 붙인 패치에는 ‘선배님! 수능 대박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 있다. 한국삼육고등학교(교장 김재식) 마라토너들이었다.
개교 111주년을 맞아 학생자치회가 ‘친구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참가를 결정했다. 여기에 한 달도 남지 않은 고3 선배들의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응원하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예덕 님은 재수생 명단에 없습니다’
‘유정민 수시 찰싹 합격해버려!’
‘큰 지수 육해공 정복하자’
‘주예원 씨 꽃길만 걷자~’
‘민성 오빠 짱짱맨 파이팅’
재치 넘치는 문구가 보는 이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짓게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프지 마세요. 사랑해요~’라거나 ‘엄마(김선미) 아빠(이범) 사랑해’ 등 가족사랑을 담은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정말 수고 많았어’라며 한 해 동안 함께 고생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문구도 보였다.
한국삼육고에서는 이날 학생회 임원을 비롯한 교사와 학생 등 32명이 출전했다. 공지천교를 출발해 국악예술회관 – 송암스포츠타운 입구 반환점을 돌아오는 10Km 구간이었다. 한국삼육고가 이 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 학생들도 대부분 첫 도전이었다. 하지만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전원 결승선을 통과했다. 완주 후에는 자신이 붙이고 달린 패치를 사진으로 찍어 당사자에게 전송하며 기념했다.
학생들은 마라톤을 통해 깨달은 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1시간1분의 기록으로 주파한 이혜인 양은 “아침마다 조깅을 하면서 조금씩 준비했다. 힘들었지만, 조금만 더 뛰자고 다짐하며 참아냈다.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을 배웠다. 앞으로 매사 어떤 일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풀코스에 도전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최명재 군은 “골라인에서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밀려들어 뿌듯했다. 달리는 도중에도 끝나고 난 후의 성취에 대해 생각했다. 힘들 때마다 ‘조금만 더 뛰자’고 이를 악물었다.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이뤄낸 것 같아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강여은 양은 “체력이 욕심만큼 따라주지 않아 걷다 뛰기를 반복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숨이 차고 지치면 ‘다음 목표지점까지만 가자’고 다그쳤고,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보니 결승선에 도착했다.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참고 열심히 하다보면 목표를 이루는 날이 올 거다. 같은 연습실을 쓰는 유정민 언니의 합격을 기원하는 문구를 달았는데, 언니가 꼭 원하는 대학에 붙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얼마 전 운동을 하다 발가락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는 하광수 군은 “8Km 구간이 제일 힘들었다. 밀려드는 통증 때문에 다리가 무척 아팠다. 하지만 곁에 친구들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게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고, 에너지도 덜 든다는 걸 알았다. 나도 다른 사람의 힘이 되고 싶다. 우리가 협력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예린 양도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반환점을 돌 때가 제일 위기였다. 하지만 옆에서 같이 뛰는 친구가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어린 초등학생이나 연세가 지긋한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전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의욕을 갖고 도전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박진솔 군은 “골라인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하나님을 만나는 것처럼 기뻤다. 끈기와 인내를 배운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 기숙사생들을 응원하는 문구를 패치에 썼는데, 이번에 학창 시절의 색다른 추억을 쌓은 것 같아 의미 깊다. 친구들이 곁에서 함께 달려주어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학생회 임원인 이성빈 군은 며칠 전 농구를 하다 다리를 다쳐 이번에 출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마라톤에 도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응원하기 위해 목발을 짚고 현장을 지키는 ‘의리’를 발휘했다. 이 군은 “같이 뛰지 못해 정말 아쉽다. 완주하는 친구들을 보니 멋있다. 다음에는 꼭 함께 달리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부장 허준행 교사는 제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자신도 마라톤은 처음이라는 그는 “학생들이 여러 목적을 갖고 참가한다고 해서, 격려 차원에서 동참했다.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이 나름의 보람과 깨달음을 얻었을 텐데,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목표라도 이뤄낼 수 있다는 의지를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이들을 인솔한 임정우 체육교사는 “요즘 청소년이 인내심이 약하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 학생들은 마라톤을 통해 끈기와 성취감을 배웠을 것이다. 또 집중력을 높이고,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를 소중한 경험으로 삼아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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