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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를 위한 봉사’ 발마사지봉사대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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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3.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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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발 만지며 겸손의 사역 실천 ... 패럴림픽까지 ‘돕는 손’ 되어
평창 올림픽 발마사지봉사대는 알펜시아리조트 내 올림픽스포츠파크에서 발관리 봉사활동을 펼쳤다.
은퇴한 교장선생님도, 미국에서 온 피부과 의사도 처음 보는 이의 거친 발을 어루만지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한번 하고 나면 속옷이 젖을 정도로 후끈 땀이 날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저녁이면 욱신거리는 팔목에 파스를 붙여야했고, 으슬으슬 올라오는 몸살기운을 참아야했지만 저마다의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지난달 9일부터 25일까지 알펜시아리조트 내 올림픽스포츠파크에서 발관리 봉사활동을 펼친 발마사지봉사대(대장 남선규)의 모습이다.

이번 활동에는 원주중앙교회, 별내교회, 토평교회, 청학리교회 등 전국 각지에서 40여 명이 함께 했다. 자비를 들여 멀리 미국에서 참여한 대원도 있었다. 북아태지회, 한국연합회, 동중한합회, 서중한합회, 삼육서울병원 등이 후원했다.

봉사대는 올림픽스포츠파크 운영센터 락커룸을 전용공간으로 사용했다. 조직위원회 유급직원에게만 제한적으로 출입이 허락된 ‘특별한’ 공간이다. 샤워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했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한 쪽에 ‘Free Foot Massage Service’라고 쓴 안내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설치한 등록 데스크에서는 접수가 한창이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던 날도 문을 열기 전부터 벌써 몇몇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조직위원회가 발급한 공식 AD카드를 착용한 봉사자들은 주황색 조끼를 맞춰 입고 ‘손님’을 맞이했다. 여성대원들은 히스핸즈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활동에 임하는 대원들의 마음가짐이 읽혔다. 이번 기간 동안 연인원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많게는 하루 100명 가까운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희망자가 많으면 번호표를 받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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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대는 평소 각 지역교회에서 발마사지 소그룹을 운영하거나 1년 이상 활동한 경력자 위주로 구성했다. 오전 6시 기상해 밤 10시 취침에 들 때까지 “식사와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놓고는” 온전히 봉사에 전념했다. 오전 9시 시작한 활동은 약 4시간 동안 계속됐다.

직접 발마사지에 투입되지 않는 인력은 차량운행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 손’이 되었다. 숙소에서 현장까지 하루에 13번을 왕복한 일도 있었다. 활동을 마치면 모두 교회로 모여 집체훈련을 했다. 저녁에는 성공적인 그리스도인 봉사를 위해 간증을 나누거나 피드백을 통해 좀 더 효과적인 활동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대관령교회는 숙소를 제공했다. 폐전선을 이어 얼기설기 옷걸이를 만들고, 한쪽에는 캐리어가 이삿짐처럼 수북이 쌓였다. 그동안 이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됐다. 식사도 자체 해결해야 했다. 그래도 대원들은 불평 한 마디 없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주셔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대원들은 5명씩 3진으로 나뉘어 투입됐다. 주로 자원봉사자, 경기장 정리요원, 보안요원 등 관리 분야 스태프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끔 경찰, 군인,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도 섞여 있었다. 대부분 칼바람이 부는 야외에서 1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이들이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맹렬한 혹한 속에 일하다보니 감기나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꽤 많았다.

“수고하십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울퉁불퉁 거친 발을 정성껏 매만지며 피로를 풀어주는 모습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예수님의 겸손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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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한 사람 당 30분 정도 하는데,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서 “개인전도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종교와 신앙, 교회나 삼육재단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신뢰가 형성되자 성경에 대한 궁금증으로 맥락이 이어지거나 기도를 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마사지 후에는 미리 준비한 <(영한 대역)생애의 빛>을 예쁜 봉투에 담아 선물했다. 봉사와 선교를 접목한 것이다. 누군가 “여기서 발마사지 받은 사람들은 책을 줘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오히려 고마워하며 깊은 관심을 갖는단다.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 주겠다며 더 챙겨가는 사람도 있었다.

발마사지 봉사는 개막 이전부터 처우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던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치유하는 따뜻한 손길이 되었다. “봉사자를 위한 최고의 봉사”라는 찬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누가 우리에게 이런 정성을 보여주겠는가”라거나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매우 의미 있는 서비스”라는 칭송도 빠지지 않았다. 현장을 방문한 조직위 관계자는 “대개 간접적인 봉사인데, 이것은 직접적인 활동”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캐나다에서 온 한 교포는 “두통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발마사지를 받고 오랜 만에 숙면을 취했다. 너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올림픽이 끝나면 자신이 다니는 기관에서 발관리 교육을 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고마움을 간직하겠다면서 기념사진을 요청하는 청년의 모습은 순수했다. 남양주시에 산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내가 만약 교회에 나가게 되면 꼭 재림교회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대원들도 “비록 몸은 지치고 힘들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그 어떤 활동보다 값진 봉사”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많게는 혼자서 하루에 13명을 맡은 적도 있을 만큼 바빴지만, 마음의 즐거움과 보람이 양약이 되어 피곤마저 사라진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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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남 장로(원주중앙교회)는 “개인사정이 있어 처음에는 오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참여하니까 너무 좋다.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복음이 이렇게도 증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전도에 동기를 부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명화 집사(별내교회)와 강선옥 집사(원주중앙교회)는 “국가적 행사에 직접 와서 참여하니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이건 하나님과의 약속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나님의 사랑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반응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신앙적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대장으로 수고한 남선규 장로는 “처음에는 무관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고무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직접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앞으로 세천사의 기별을 전하는데 효과적인 전도방법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활동은 올림픽 스타디움 전기시설 총책임자로 일한 이하익 장로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조직위원회와 탄탄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그는 발마사지봉사단이 제한구역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 장로는 “모든 게 하나님의 역사다. 조직위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주셨다. 길이 열리도록 그때그때마다 은혜를 베풀어주셨다”고 영광을 돌렸다.

이들의 봉사는 패럴림픽까지 이어진다. 9일 오전부터 벌써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미국, 몽골, 필리핀 등에서 21명의 대원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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