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삼육고 이예은 양의 생애 첫 마라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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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11.0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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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이겨내고 완주 ... 장애아 휠체어 밀며 달리는 모습에 감동
처음에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설마 정말이겠어?’라고 가볍게 치부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멋진 경험을 해 보겠냐’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마라톤 도전을 망설였던 까닭은 내가 천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다가 조금이라도 숨이 차면 정상적인 호흡이 힘들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공포감이 몰려오다보니 평소에도 격한 운동은 피하는 편이다.
이런저런 걱정을 안고 대회당일 춘천에 도착했다. 현장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모두가 나처럼 걱정 가득한 표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단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자’고 결심했다. 남들에게는 쉬울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그렇게 10km 구간의 첫 발을 내디뎠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함께 뛰던 친구들은 걱정했다. 우리는 천천히 가며 숨을 고르기로 했다.
그렇게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권으로 달리는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다. 하지만 나에겐 빠른 속도로 뛰어갈 능력이 없었다. 함께 뛰던 친구도 발목을 다친 상태로 참가한 것이었기에 속력을 내기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부끄러움보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딸의 생애 첫 마라톤 완주 소식에 부모님은 천식을 걱정하셨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뿌듯해하며 대견해하셨다. 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정말 감사했다. 사실은 나의 목표가 쓰러지지 않고, 딱 절반까지만 뛰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레이스 중간에 아이의 유모차를 끌고 뛰던 아저씨를 보았다. 장애가 있는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같이 달리는 아주머니, 다친 친구의 완쾌를 바라는 문구를 단 중학생을 보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힘이 불끈 솟았다. 무엇보다 내가 존경하며 평소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3학년 언니의 대학진학을 기원하는 문구를 달고 뛴다는 책임감에 중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승선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약간의 걱정이 들었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느라 우리를 원망할 것이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왜 이렇게 늦게 오냐” “뛰지도 않고 걸어왔냐”며 핀잔했다. 너무 속상했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다만, 평소 나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아는 한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 “괜찮냐”고 물었다. 친구들의 타박에 야속했던 마음이 사르르 풀리며 고마웠다.
나는 등에 ‘18학번 신학과 여신 김00’이라는 문구를 달고 뛰었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항상 큰 힘이 되어주는 언니다. 어릴 때부터 신학과를 희망했던 언니는 올해 드디어 그 결실을 맺는 시험을 본다. 수능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요즘 들어 부쩍 긴장을 하고 있는데, 나의 응원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패치를 달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언니에게 보내주었다.
이번 마라톤은 내 인생의 역대급 도전이었다. 힘들었지만 나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 함께 완주한 친구들도 자신이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면서 색다르고 멋진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선생님과 참여했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가족들과 함께 참가해보고 싶다.
“엄마, 아빠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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