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여기가 땅 끝이다’ 올림픽전도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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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3.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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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베이징 올림픽, 지금부터 연대선교 모색하면 어떨까
가로등마다 오륜기가 나부끼고, 거리 곳곳에 동계스포츠 조형물이 설치돼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스피커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연신 설레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유명 맛집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AD카드를 목에 건 자원봉사자는 질서유지와 안내에 열중했다. 평소 익히 볼 수 없던 낯선 풍경에 이곳이 올림픽 개최도시라는 게 실감났다.
축제의 한 가운데서 유독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었다. 한 교파의 거리전도 모습이었다. 이들은 횡단보도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가판대를 설치하고, 2-3사람씩 짝을 지어 자신들의 선교책자를 배포했다. 많게는 사거리 신호등 앞 네 귀퉁이에 모두 부스를 설치한 곳도 있었고, 불과 20-30미터 지나지 않아 만날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준비한 책자는 여러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이들은 그러나 행인들에게 결코 먼저 다가가 강권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가 내용을 궁금해 하며 물어오는 시민에게만 친절히 소개했다. 반대편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악기를 동원해 연신 “할렐루야!”를 외치며 노래를 부르는 타 기독단체의 노방전도와는 사뭇 차별화되어 다가왔다.
이 교파에서는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7000명의 신자가 참여해 거리전도를 펼쳤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이 젊은이여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씨뿌리기전도단장 조경신 장로는 “해당 교파 관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은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1년 전부터 전국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성화가 불을 밝히기 전부터 7000명의 젊은이가 동원돼 포교활동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재림교회도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직접 전도활동에 나선 성도들 사이에서도 “올림픽은 세계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메가 이벤트인데, 우리가 이런 ‘기회’를 너무 터부시하거나 무관심하게 보낸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릉남부교회의 한 성도는 “물론 합회나 기관에서 책자후원 등 많은 도움을 제공했지만, 활동을 너무 개인에게 맡겨둔 측면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 교단적으로 봉사자를 모집해 적극적인 선교를 했더라면 더 파급력이 컸을 것이다. 거점 지역의 교회와 다른 지역의 교회가 연합해 거리전도를 한다거나 ACT가 연대 활동을 하면서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막상 거리에 나와 이렇게 활동해보니 그런 마음이 더 커진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기자가 바라본 올림픽 현장은 ‘여기가 땅 끝’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역동적이었다. 여러 나라와 족속과 방언이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전도지를 들고 있는 그 자리가 ‘땅 끝’이었다. 우리가 가지 않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지구촌 이웃들이 몰려왔다. 복음이 담긴 책자에 관심을 보이고, 나누는 기별을 궁금해 했다.
그래서 한 켠에서는 “다음엔 교단적으로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기획해 스포츠 축제가 전도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한국에서는 꽤 오랜 기간 이런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가 열리지 않겠지만, 다음 올림픽에서는 해당 국가 교단은 물론, 한국이나 주변국에서 동참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북아태지회 청지기부장 권정행 목사는 “한 지회 안에서 이렇게 올림픽이 연달아 3번(2018 평창 동계올림픽 – 2020 도쿄 하계올림픽 – 2024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나 개최되는 경우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기회다. 복음전파의 사명을 가진 ‘남은 자손’으로서 우리가 가진 분명한 기별을 성실하게 전할 수 있는 찬스”라고 강조했다.
지회 히스핸즈부장 한석희 목사도 “다음 올림픽에서 우리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연구하고 고민해봐야겠다”면서 필요성에 공감하고 “페이스페인팅, 음악공연, 문화교류 등 IOC의 공식 자원봉사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번외에서 자신이 가진 달란트로 외국인들과 접촉하며 봉사할 수 있는 분야는 많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경신 장로는 올림픽을 마치며 “평창 정선 강릉지역 등 경기가 열린 도시에 여러 교파에서 나와 각자의 방식으로 선교에 힘쓰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또 인근의 다른 교회나 기관과 연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마사지봉사대를 이끈 남선규 장로는 “바람이 있다면 다음 도쿄, 베이징 올림픽까지 주님의 사랑의 손길을 펼쳤으면 하는 것이다. 이번 경험을 기초로 다양한 사역의 확산과 영혼구원을 위한 방법들이 강구되길 바란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전도의 사명을 부여하셨다. 그분의 말씀을 더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봉사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비단 이러한 참여는 직접적인 선교효과 외에도 성도 자신이 얻는 신앙의 유익이 더 크다는 반응도 있었다.
강릉남부교회 윤여원 목사는 “추운 날씨지만, 성도들이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게 많다. 모두 상당히 뿌듯해하면서 기쁨으로 봉사하고 있다. 빛을 가진 백성으로서 마지막 때,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경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전도사명과 복음전파 의지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홍종학 장로는 “전도를 하면서 내가 얻는 게 더 많다. 무엇보다 선교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사람조차 시간이 갈수록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바뀌었다. 물론 언어가 서툴고 외국인을 응대하는 방법도 잘 모르지만, 나이 혹은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겁내지 않고 ‘하면 된다’는 걸 생생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발마사지봉사대 강선옥 집사는 “물론 힘든 순간도 있지만, 봉사를 하면서 뜨거운 신앙의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하고, 그가 기뻐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 내가 선교의 한 현장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게 된다. 전도자의 마음을 가질 수 있어 성숙해진 느낌”이라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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