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판례’ 걱정돼 손 놓을 순 없다...문제는 지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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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4.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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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여호와의증인 등 제도개선 위한 타 종단 사례 눈여겨 볼만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끝까지 가봐야 하겠지만, 하급심에서는 ‘열린 생각’을 가진 판사들이 가끔 있는 반면, 상급심으로 갈수록 집단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판결이)걱정된다”는 염려가 표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의 강기훈 회장은 “물론 판례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그런 부담을 염려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러나 판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가만히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강기훈 회장은 “숱한 민원과 청원을 제기했음에도 끝내 ‘토요 시험’을 강행한 지난해 의사고시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문제를 제소할 때도 내부적으로 같은 고민이 나온 바 있다”고 설명하며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법에 호소하는 방법이 제일 강력하다”고 부연했다.
가만히 있어도 종교자유를 침해당하고, 소송을 해서 설혹 패소한다하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믿음을 갖고 재림교회의 의견을 사회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설사 패소 판례가 쌓인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의기소침할 일은 아니”라며 “오히려 그럴수록 계속 부딪히고, 더 열심히 호소해야 한다. 비단 ‘안식일 성수’라는 목표 외에도 사회적 의미를 담아 대한민국의 인권 증진과 종교자유 발전을 위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판례가 남아 추후 혹여나 불리하게 작용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너무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시야를 더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개 학교의 사례를 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각종 국가자격시험의 ‘토요 시험’ 배정을 다른 날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움직임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기관이 재림교회의 요구에 귀를 막고, 법원이 안식일 성수의 숭고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입장이 관철될 때까지 온갖 적법한 절차와 방편을 동원해 저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결과가 아쉽게 나왔다고 해서 실망하고, 가던 ‘걸음’을 멈춰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는 원불교나 여호와의증인 등 다른 종단의 경우를 비교해 눈여겨 볼만하다.
원불교는 지난 2006년 국방부 군종장교 운영심사위원회에서 군종장교 파송이 가능한 병적편입대상 종교에 선정됐다. 이후 꾸준히 군종장교 파송이 늘어 현재 육군에만 3명의 ‘군종교무’가 복무하고 있다. 원불교는 이를 관철하기 위해 1975년 1월 국회 국방위원회 청원을 시작으로 무려 30년 동안 문을 두드렸다.
2005년에는 ‘차별적 군종제도 철폐’를 요구하며 국방부 청사 앞에서 집단기도회를 열어 군대 안에서 종교활동 권한을 요구했다. 침묵시위와 1인시위 등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국방부장관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노력은 “심혈을 기울였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당시 재림교회 역시 원불교와 함께 병적편입대상 선정을 위해 ‘노크’했지만, 탈락했다. 문제는 그 뒤로 어떠한 가시적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림군인의 안식일 준수 등 신앙문제 해결과 지도를 위해 재림교인 군종장교 파송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내 관심은 사그라들었고 결과적으로 단발성 행정에 그쳤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국기에 경례하거나 국가를 부르는 것과 같은 국가숭배 행위에 참여를 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중 군대에 가지 않은 남성들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줄줄이 투옥됐다. 이들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건 한국 사회에서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는 등 일반의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관련 문제가 공개 질의되기도 한다. 근래 들어 잦아지는 법원의 무죄 선고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들 역시 재림교회와 다를 바 없는 소수 종교다. 오히려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는 ‘삼육’이라는 브랜드파워를 지니고 있는 재림교회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래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온전한 안식일 성수를 요구하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한 한지만 군의 이번 재판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재림교회의 건전한 신앙신조와 의지를 알려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체된 한국 사회의 인권 및 종교자유 가치를 되새기고, 깨우칠 수 있는 유의미한 기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교단 내부적으로는 세속화로 해이해진 ‘안식일 정신’을 결집하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이번 소송은 어느 재림청년의 신실한 신앙의지를 사회적으로 조명하는 의미 있는 요구이기도 하지만, 무너진 안식일 정신을 수보하는 기회로 여기는 혜안도 필요한 사건이다. 단순히 한 특정인의 직업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거룩한 날’을 회복하라는 처절한 웅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이번 패소는 한국 재림교회의 통회와 신원을 바라시는 하나님의 기다림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하며 탄원하길 원하시는 기대일 수도 있다. 우리를 성찰하며 사람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권능을 바라고 호소하는 매개로 삼을 수 있다. 그분의 개입, 그분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 패소의 허탈감은 잠시 숨 고르기의 여유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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