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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원주삼육초, 하브루타로 선진 교육 ‘한 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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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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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정규수업에 도입 ... 경청 습관 통해 다양성, 창의력 함양
원주삼육초등학교가 하브루타를 정규 수업에 도입하며 지역 교육계에서 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원주삼육초등학교(교장 박광화) 2학년의 한 교실. 학생들이 무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저학년 어린이지만, 분위기가 꽤 진지하다.

아이들은 주어진 특정 주제를 놓고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손가락을 가로저으며 반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자신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유태인 교육방식인 하브루타 수업의 한 장면이다.

하브루타(havruta)는 나이,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공부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이스라엘의 모든 교육과정에 적용된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주환 박사(예시바교육연구원 원장)는 “원래 ‘하브루타’라는 말은 친구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한 사람의 친구는 ‘하베르’라고 하고, ‘하브루타’는 친구들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예시바라는 학교에서 짝을 이뤄 공부하는 친구를 ‘하브루타’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고유명사가 됐다. 오직 유태인에게만 있는 공부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정리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배운다. 자신과 상대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깨닫는다. 교사는 토론을 이어가지만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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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 박사는 “하브루타를 하면 우선 자기의 생각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 고유의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부가 필요하다. 요즘 자기주도적 학습이 유행하는데, 그에 가장 적합한 학습방법”이라고 특징을 짚었다.

또한 하브루타는 상대의 의사전달을 자신이 반복할 줄 알아야 한다. 친구와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청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발표력을 함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자신의 생각과 뜻을 다른 사람에게 조리 있게 전달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원주삼육초등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하브루타를 정규 수업에 도입했다.

박광화 교장은 “유태인의 우수한 하브루타 교육을 알게 된 뒤로 학생에게 꼭 넣어주고 싶은 교과였지만, 여러 수업시수에 쫓겨 용기 있게 도입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주환 교수께서 어린이들을 위한 시범수업을 제안해 주셨고, 참관한 모든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 훌륭한 수업을 꼭 도입하게 해 달라고 요청해 협의 후 실시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 교수님의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희생적인 봉사가 지금의 수업이 있게 된 동기”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News_8662_file3_v.png반응은 벌써부터 기대이상이다. 아이들은 매주 탈무드에 나오는 다른 주제의 흥미로운 예화를 들을 수 있고, 발표를 많이 할 수 있어 수업이 재밌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 앞으로 공부를 잘하게 될 것 같다거나 친구들과 토론하는 내용이 신선하다는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학년 한소헌 양과 김승환 군은 “생각하고 답하는 게 재밌다. 친구와 자기의 생각을 나누니까 신난다”면서 하브루타 수업이 매우 좋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하브루타 교육을 시행한 후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과 사고력이 눈에 띄게 향상하는 등 가시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짝과 이야기를 나눈 후 상대가 말한 내용을 발표하는 활동을 통해 경청 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며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유익하다. 정답 지향이 아닌, 자유로운 발상 능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아이들은 교과 내용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키워가면서 새로운 배움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린 교육이 주입식 교육에 매몰된 한국 교육 현실에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주환 박사는 “예전에 ‘질문이 사라진 교실’이라는 제목의 언론보도가 있었다. 질문이 없는 ‘조용한’ 한국 교육의 현실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하부르타는 이러한 한국 교육 실정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효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질문하는 교실로 100%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화 교장은 “아직 저학년 대상이어서 가시적 성과가 속히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여러 해가 지나면 아이들이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에너지가 쌓일 것이다. 경청 습관과 남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며 본인과 가족은 물론, 주변이 행복해지는 훌륭한 인격과 능력이 갖춘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 학교가 그리는 교육적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주삼육초등학교가 하브루타를 통해 지역 교육계에서 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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