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가슴에 발 찢어진 줄도 모르고 황급히 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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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11.2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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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붕괴 위험에 진입금지 ... 재림교인 지진 피해상황 속속 파악
특히 진원지와 가장 가까운 포항본향교회에 다니는 교인 중에는 살던 집이 붕괴위험으로 출입금지 조치되면서 장기간 이재민 수용시설에서 생활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놓인 성도가 있어 도움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 이애옥 집사, 보금자리 잃어 ‘붕괴 위험’
포항시 흥애읍에 사는 이애옥 집사는 지진이 일어나던 시각, 아파트 경로당에서 동네 이웃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미세한 흔들림이 감지됐다. 순간적으로 지난해 9월 있었던 경주 지진이 생각났다. 당시에도 이런 진동을 느꼈다. 그는 지진이라는 걸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몇 분 후에 지축을 울리는 듯한 큰 굉음이 울렸다.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선반이 넘어지고,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떨어졌다.
그는 “지진이다. 어서 피해요!”라고 소리치며 황급히 할머니들을 밖으로 피신시켰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인근의 초등학교로 몸을 피했다. 얼마나 다급하게 뛰쳐나왔는지, 신발도 신지 못한 상태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깨진 유리조각에 발이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픈 줄도 몰랐다. 양말에 피가 철철 묻어 있어서 그때서야 다친 걸 알았다. 그만큼 급박했다.
운동장에는 수업 중 놀란 아이들이 울면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사는 무서워 떠는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곧 응급치료를 받고, 집으로 향했다. 지진이 얼마나 강했는지 현관과 벽이 뒤틀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여진이 계속 됐다. 이게 본진인지, 전진인지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했다. 언제 또 지진이 엄습할지 몰라 이날은 이웃에 사는 동생의 집에서 잤다.
이튿날 아침, 제부의 도움으로 겨우 문을 열었다. 그 무거운 피아노와 냉장고가 벽에서 이탈해 있었다. 싱크대가 쓰러지면서 가재도구가 쏟아져 내려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세히 보니 벽면이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화장실과 보일러실의 타일이 떨어지고, 안방과 베란다에는 쩍쩍 금이 갈라졌다.
5층 아파트의 외벽에도 심한 균열이 생겼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만큼 위태로워 보였다. 곧 안전진단과 함께 출입을 금지하는 경찰통제선이 쳐졌다. 귀중품이나 당장 급한 생필품을 찾으러 잠깐은 들어갈 수 있지만, 생활은 할 수 없다. 주민들은 모두 집을 떠나야 했다. 자식이나 의지할 친인척이 있는 사람은 얼마간 신세를 지더라도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이 집사는 갈만한 곳이 없는 처지다. 하루 이틀은 동생의 집에 머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복구나 대피소 생활이 수개월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 더욱 막막하다. 안 그래도 심장이 약하고, 공황장애가 있어 다른 사람보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데, 춥고 불편한 이재민시설에서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진이 끝난다 하더라도, 이미 집으로서의 기능은 잃은 아파트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이 깊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집사는 꿋꿋하다. 그는 “(지진 이후)여기저기에서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주셔서 내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큰 피해는 당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다. 이렇게 교회에 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냐”고 미소를 지었다.
■ 30층 아파트 외벽공사 중 지진 발생 ‘아찔’
김성대 씨는 당시 포항시 우현동의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 30층에서 외벽마감 공사에 한창이었다. 갑자기 온 땅이 요동치면서 고막을 찢는 것처럼 ‘끼이익’하는 철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던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김 씨는 본능적으로 외벽에서 창으로 뛰어 내렸다. 밖을 쳐다보니 타워크레인은 멀쩡했다. 그제야 지진인지 알았다. 불과 10초만 늦었더라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가설승강기의 버튼을 눌렀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자동센서에 의해 전기가 차단되면서 정전이 된 것이다. 김 씨는 30층에서 걸어내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거리는 쏟아져 나온 인파와 차량으로 뒤엉켜 있었다. 상수도가 터져 도로 일부가 잠기면서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김 씨는 “많이 놀랐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운기 장로는 “마치 벼락을 맞는 듯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홍 장로는 “집에 혼자 있었는데, 별안간 ‘콰과과광’하는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가 깨지며 아파트를 부수는 소리가 났다. 전등이 흔들리고, 진열장이 떨어지면서 안에 있던 물건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급히 계단으로 걸어내려가 보니 놀란 주민들이 주차장에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전화도 불통이었다”고 전했다.
아내 허을숙 집사는 “여진이 계속되면서 지금도 누워있으면 가끔 침대가 흔들리는 걸 느낀다. 무섭다고 아예 짐을 싸 다른 지역으로 간 이웃도 있다. 너무 놀라 약간 불안증세가 있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이전에 비해 신경이 좀 예민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윤 집사는 “시장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축이 흔들렸다. 그릇가게에 전시했던 식기류가 와장창하고 떨어져 다 깨졌다. 땅이 쩍 갈라져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놀라 다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우리 집도 진원지와 가까운 편인데, 아파트관리소의 외벽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흥해읍에 사는 강금자 집사는 “포항복지회관에서 고전무용을 배우고 있었는데 ‘지진이 났다’고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와 집으로 왔다. 싱크대 위의 그릇이나 화분, 책장 위에 있던 물건이 떨어져 깨져 있었다. 다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를 놨던 아파트가 기울어져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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