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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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5.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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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정신으로 ‘마을을 섬기는’ 호남합회 영산교회
아파트 주차장 한쪽에서 들려오는 금속 부딪히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한가로운 주말 오후의 정적을 깬다. 무딘 칼을 가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옆에서는 방충망을 뜯어내고 교체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얼마나 오래 됐는지 삭은 곳도 있고, 마스킹테이프로 얼기설기 붙여 놓은 곳도 있다. 촘촘한 구멍 사이로 회색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손길이 닿을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는 역할만 보면 누가 봉사자고, 누가 수혜자인지 금방 구분할 수 있지만 일하는 표정만 놓고 보면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고, 누가 도움을 받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모두가 행복한 한마당이다.
같은 시각, 약 300미터 가량 떨어진 단지 내 노인정에서는 사각사각 가위질소리가 들려왔다. 벌써부터 예닐곱 명의 할머니들이 줄을 서고 대기한다. 백발이 성성하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꽃단장하는 날이다.
약속한 시간이 훌쩍 지났건만, 뒤늦게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이웃의 발걸음을 외면할 수 없어 칼갈이고, 방충망이고, 미용이고 봉사는 한동안 계속 됐다. 어슴푸레 해가 뉘엿뉘엿 질 즈음에야 안식일 오후 내내 세워두었던 천막과 홍보배너를 접을 수 있었다. 광고판에는 ‘재능기부 지역공동체운동 – 영산 선한이웃봉사단’이라고 씌어 있었다.
‘마을을 섬기는’ 호남합회 영산교회(담임목사 이경태)의 감화력 사업 모습이다.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교회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서서히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교회는 아예 매달 3째 주 안식일을 ‘봉사 안식일’로 정해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각 통장에게 미리 연락해 일정과 장소를 사전에 정한다.
영산교회는 친환경 먹거리 도시농부 자급운동인 ‘나주생태도시농부협동조합’과 재능기부운동인 ‘선한이웃봉사회’를 투 트랙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나주생태도시농부협동조합은 생명농업과 친환경 농사를 위한 땅 회복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재림교회 고유의 시골생활 기별에 맞는 성서적 건강복음을 적용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
선한이웃봉사회는 생활 속에서 이웃의 필요를 채워주는 활동이다. 칼갈이, 방충망 교체, 건강빵 나눔, 독거노인 돌봄, 이.미용, 도색 등 봉사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마을합창단과 생활목공교실을 열어 연인원 1200명이 교회와 허물없이 접촉하도록 개방했다.
이경태 목사는 “교회는 단지 예배드릴 때만 모이는 장소가 아니”라며 교회의 역할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교회는 이웃을 위해 항상 열려 있는 지역공동체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곧 선교와 부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산교회 역시 전도를 위해 섬김의 사역을 펼친다.
하지만 사회와 이웃의 필요에 반응하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데에는 바꿀 수 없는 철칙이 하나 있다. 모든 일에 참여를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는 정신이다. 그럼에도 성도들은 기꺼이 팔을 걷는다. 때론 예기치 않은 오해를 받거나 몸이 천근만근 피곤할지라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게으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나눔과 봉사를 통해 자신이 얻는 신앙적 유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교회 안팎에서 벌써 6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형옥 집사의 말이다.
“가만히 저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까 예수님을 믿기는 하지만 ‘교과서 신앙’에 머무르고 있더라고요. 가정을 돌보고, 직장생활을 하고, 교회 다니는 게 때론 버거웠어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하지만 봉사를 하면서 저의 작은 도움에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까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더라고요. 그들이 느끼는 훈훈한 마음이 나의 지친 삶에 에너지가 되어 되돌아오는 걸 느꼈어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뭔지를 뒤늦게 알게 된 거 같아요. 뭐랄까? 지식 신앙이 체험적 신앙으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도색 봉사를 하는 박종천 장로도 같은 마음이다. 대문 하나를 페인트칠 하려 해도 빠듯하게 한나절이 걸린다. 녹이 많이 슬거나 상태가 좋지 않으면 4시간을 넘는 경우도 있다. 하루 종일 붙어 있어도 2개를 넘기지 못할 때가 많다. 박 장로는 그래도 신이 난다. 자신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는 “진리를 가진 재림교인으로서 지역의 필요를 채우고, 이웃을 위해 나누는 삶을 산다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바로 ‘예수의 정신’이라고 했다.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거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절로 자긍심이 생기고,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진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최치권 집사는 “이웃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신앙은 삶’이라는 걸 배운다. 삶이 예배라는 말을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살아 있는 생생한 신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기도할 때도 나 개인을 위한 게 아닌, 하나님을 위해 살게 해 달라고 간구한다. 믿음이 성숙해지는 걸 알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다가가 나눔의 손길을 펼치는 이 같은 무아의 희생은 전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교회에 호의를 갖고 고마워하는 수혜자들과 자연스럽게 친교를 맺을 수 있다. 접촉은 곧 하나님을 소개하며 선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름다운 품성으로 사랑을 베푸는 모습에 지역사회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팔순이 넘은 한 독거노인은 “큰 교회에서도 이런 도움을 안 주는데, 오히려 작은 교회에서 이렇게 누구도 하지 않는 좋은 일을 하니 뭐라 인사해야 할지 모를 만큼 감사하다. 어찌 손을 써볼 수도 없었는데, 정말 고맙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교회는 처음”이라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영산교회의 이웃사랑실천이 다른 교회와 차별화되는 특징은 무엇일까. 하나님의 진리를 아는 것은 그만큼 사랑의 빚을 진 거라는 영산의 성도들에게 물었다.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예수의 정신으로 ‘마을을 섬기는’ 호남합회 영산교회 이야기는 <교회지남> 5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17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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