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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가리산교회 폭우피해현장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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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6.08.0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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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의 십자가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 보상협상도 문제
가리산교회 주변에는 아직도 얽기고 설긴 나무와 바위, 진흙과 건축자재의 잔해들로 진입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기자 김범태
각 지역별 야영회가 한창이던 지난 2일. 강원도 인제군 덕산리 입구에서 30여분 차를 달려 가리산교회에 도착했다. 인제초등학교 가리산분교장 옆에서 만난 교회는 처참함 그대로였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사진을 보았기에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목격한 교회의 ‘참상’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아담하고 예쁜 시골교회로 마을 어귀에 자리 잡고 있었을 교회는 마치 폭격을 맞을 듯 형체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흉물스럽게 붕괴되어 있었다.

교회 앞에는 아직도 2-3미터 높이의 토사가 본당까지 쌓여 있었고, 흙더미에 떠밀린 소나무가지는 마치 가시면류관처럼 교회 문 밖까지 삐지고 튀어나와 폐허로 변한 교회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했다.
    
얽기고 설긴 나무와 바위, 진흙은 장애물을 만들어 아예 교회까지의 진입마저도 쉽지 않게 만들었다. 교회 주변 곳곳에는 파손된 건축자재 잔해만 남아있고, 여전히 우뚝 솟아 있는 종탑의 십자가만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교회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140여평 대지위에 20평 남짓했던 직사각형 모양의 아름다운 교회는 폭우 피해발생 후 보름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보상협상 등 제반문제가 남아 있어 아직까지 복구는커녕 주변 정리조차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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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산 줄기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예배당 완파
가리산교회는 5년 전 인제교회와 통합하면서 교회로서의 역할은 다한 곳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 지면서 거의 방치되어있다시피 했다. 그러던 이 교회를 다시 세운 건 청년의 힘이었다. 춘천ACT 학생들이 교회건축을 위해 손수 헌금을 하고, 벽돌을 쌓아 정성과 기도로 십자가를 다시 세운 것이다.

이후 가리산교회는 이 일대에 살고 있는 4가구의 성도들이 재림의 그날을 고대하며 매일 제단을 쌓는 새벽기도의 장소가 되었다. 혹, 일기가 좋지 않거나 인제교회까지 나갈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이곳에 모여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자신들이 헌신과 희생을 다해 구슬땀을 흘리며 지은 교회인 만큼 청년들에게 가리산교회는 그만큼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춘천ACT 청년들은 매년 여름이면 이곳을 찾아 기도와 말씀의 등불을 밝히며 재림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곤 했다.  

그런 청년들의 수고를 옆에서 지켜본 가리산 교우들도 이곳을 누구보다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기도의 집으로 삼았다. 하지만 교회 뒤편 한석산 줄기가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면서 예배당이 완파됐다. 이처럼 주저앉은 교회를 볼 때마다 믿음의 가족들은 마음이 미어진다.

오랫동안 가리산교회의 예배소장으로 봉사했던 김재표 장로는 예수님의 못자국 난 손바닥처럼 헐어버린 교회를 바라보며 이곳에 복음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는 듯 잠시 회한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김 장로는 팔순이 넘은 고령이지만 매일 이곳에 와 교회의 기둥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교회를 볼 때마다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에 가슴이 뻐근하게 아려온다는 김 장로는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와 도움이 있을 것을 확신한다”며 다시 자리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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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원통지역에서만 9가구 피해
교회 인근에 살고 있는 황인수 집사와 이명순 집사의 집을 찾았다. 자녀들은 모두 출가하고 두 부부만 생활하고 있는 황 집사 가정은 이번 폭우로 마을 어귀 도로가 유실되고, 집 앞 하천이 범람하면서 집이 물에 잠기고 말았다.

이 때문에 자동차가 물에 잠기고, 각종 채소를 기르던 밭은 흙더미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버섯을 재배하던 하우스와 창고는 그대로 매몰되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아직까지 막혀 있는 하수도는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답답함만 더하게 하고 있다.

가슴까지 차오르던 물이 빠지면서 복구를 시작했지만 집안의 토사를 걷어내는 데만 사흘이나 걸렸다. 그나마 가족과 친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나마도 가능했다고 한다. 진흙으로 범벅이 된 옷가지와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황 집사 부부는 아직도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집안에서 간이침대에 몸을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매우 무더운 날씨 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종일 복구에 비지땀을 흘리던 황 집사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아마 가을까지는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이번 폭우로 가옥이 파괴되거나 논밭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은 성도들은 황 집사 부부 이외에도 인제와 원통지역에서만 9가구에 이른다. 특히 이곳 가리산 일대에 사는 4가구의 교인 중 2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김영선 성도는 집이 완전히 매몰되어 현재 컨테이너에서 임시로 생활하고 있는 형편이다.

News_2998_file4_v.png새 교회터 물색하며 무지개빛 소망 그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원주일산교회에서 김일환 목사와 성도들이 이곳을 찾아 복구지원금을 전달하고,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하며 위로했다. 원주일산교회는 지난주에는 대화교회를 찾아 장판을 교체하고 도배를 도와주는 등 어려움에 처한 교회들과 아픔을 나누고 있다.

김일환 목사는 “힘내시라는 말씀 밖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어 안타깝다”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돌아보는 게 중요한 만큼, 교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돕는다면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보다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구호의 손길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현재 동중한합회는 가리산교회의 이전신축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변화로 교회가 없어지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지은 교회라는 상징성도 이 교회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다.

합회는 현재의 위치에 다시 교회를 건축하기란 불가능하기에 대지를 처분하고, 보다 안전한 장소로 옮길 마음이다. 하지만 현 부지를 팔아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런 모습이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새로 지을 교회의 터를 물색 중인 인제교회 신병성 목사와 성도들은 “여러분의 많은 후원과 방문, 격려가 큰 힘이 되어 새롭게 교회를 건축할 계획을 갖게 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가리산 성도들은 특히 교회를 새로 지을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에서 성전 재건축을 위한 자원봉사에 동참하겠다는 성도들의 문의와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여간 큰 용기를 얻는 게 아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폐허가 된 교회를 바라보며 큰 실망과 아픔을 견뎌내야 했던 가리산교회 성도들은 그러나 비가 그친 후 아름답게 피어날 무지개를 꿈꾸며 다시한번 재기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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