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증조부 “독립선언” 105년 후 증손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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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에 우리 조선이 독립된 나라인 것과 조선 사람이 자주하는 국민인 것을 선언하노라”
꼭 105년 전, 그날 그 장소에 이제는 증손자가 서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3.1운동 당시 탑골공원 팔각정에 올라 독립선언문을 읽어 3.1만세운동의 불씨를 지폈던 독립운동가 정재용(1886~1976) 선생의 후손 정연규 씨가 지난 1일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개선사업 선포식’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얼굴과 목소리를 구현한 정재용 선생의 모습이 스크린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105년 전 조국 독립을 염원하던 33살 ‘증조할아버지’와 같은 나이의 증손자가 단에 올라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세대를 초월한 독립선언문 낭독은 약 6분 동안 진행했다. 마이크 앞에 선 정연규 씨가 “우리는 지금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국민이라는 것을 선언하노라”라고 외치자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정재용 선생이 “5000년 역사의 권위에 의지해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며, 2000만 민중의 충성을 한 데 모아서 독립국임을 널리 밝히는 것”이라고 교독했다.
행사는 국민의례 - 3.1절 추념 - 기념사 - 축사 - 탑골공원 개선사업 선포식 - 기념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했다. 현장에는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1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뜻을 같이했다. 독립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곳곳에서 박수와 “만세!” 소리가 들렸다.
정연규 씨는 “살아생전에는 뵙지 못하고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한 증조부님을 생각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같은 나이지만, 나는 감히 하지 못하고, 할 수 없는 일을 하신 증조부님과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더욱 숭고한 정신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재용 선생의 손자이자 정연규 씨의 아버지인 정성화 장로는 “할아버지의 숨결이 스민 역사적 자리에서 105년의 세월이 흘러 아들이 독립선언문을 읽는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다. 마침 탑골공원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정해졌을 당시의 원형으로 회복하는 개선사업도 진행된다니 더욱 뜻깊다. 모쪼록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나라사랑의 정신이 세대를 이어 계속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재용 선생은 독립선언식 장소가 당초 예정됐던 탑골공원에서 인사동 태화관으로 갑자기 바뀌고, 이 사실을 모른 채 현장에 있던 5000여 명의 군중이 혼란에 빠지자 가슴에 품고 있던 독립선언문을 꺼내 낭독한 독립운동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그의 목소리를 타고 3.1운동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갔다. 그 책임으로 체포돼 평양감옥에서 2년6개월을 복역했으며, 이후 의용단에 참가해 독립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7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1952년 차남인 정사영 박사의 인도로 재림교회로 개혁해 별세할 때까지 회현동교회, 용산교회, 청량리교회 등에서 장로로 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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