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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선한 신남교인’...이재민들에 안방까지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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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10.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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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에 빠진 이웃 돕는 건 그리스도인의 의무이자 특권”
이재민들이 교회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공무원과 기자,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들이 계속 찾아왔다.
동중한합회 신남예배소에서 평신도지도자로 봉사하는 김진선 장로는 지난 2일 밤을 잊지 못한다.

태풍 ‘미탁’이 몰고 온 거센 빗줄기와 강풍이 천지를 뒤흔들던 날이었다. 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창문을 열어보니 몇몇 주민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피신’을 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급박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재빨리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인 그는 갈아입을 옷을 주고, 보일러를 틀어 따뜻하게 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이더니 하룻밤 사이 20명 가까운 이재민이 교회로 몸을 피했다. (김 장로의 집은 교회와 한 건물에 붙어 있다. - 편집자 주)

주민들은 그날을 떠올리며 “얼마나 고마운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나보다 더 했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게다가 김 장로는 지병으로 최근 건강이 안 좋아 불과 이틀 전까지 병원 신세를 졌던 불편한 몸이었다. 그럼에도 곤경에 처한 이웃을 위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신남예배소에는 현재 15명 안팎의 마을사람이 머물고 있다. 모두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이재민이다. 김진선 장로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안방까지 내줬다. 갈 곳이 없게 된 이웃들은 지금도 마을회관 등으로 흩어져 임시 생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한 곳이 신남예배소다.

식사를 할 때는 인원이 더 늘어난다. 복구작업을 중단하고 끼니를 해결하러 오는 주민들이 합류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자원봉사자와 언론사 기자들도 신세를 진다. 그나마 며칠 사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사람과 적십자 등 자원봉사단체의 급식이 이뤄지면서 인원이 줄었다.

김 장로는 “폭우에 산사태가 나고, 복개천이 범람하면서 집이 침수되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사람들이 우선 몸이라도 피하자는 심정으로 찾아온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교회가 마을에 비해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낀 것 같다.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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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신남예배소는 이 마을 유일의 교회다. 평균출석생 20명 남짓한 한적한 예배소에 불과하지만, 50여 년 동안 진리의 불을 밝히며 ‘복음의 등대’처럼 이 자리를 지켜왔다. 김 장로는 그간 교회와 지역사회가 끈끈한 신뢰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이 같은 위기의 순간, 안전하게 피할 곳으로 교회를 제일 먼저 떠올렸을 거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한 주민은 “재림교회는 짧지 않은 역사를 거쳐 오며 우리 마을과 공동운명체처럼 지내왔다. 평소에도 잘 아는 사이니까 처음에 교회로 가자고 했을 때, 부담이나 거리낌 없이 올 수 있었다. 당장 숙식을 해결할 게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셔서 뭐라 감사하다고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아드라코리아도 초동 구호활동에 힘을 실었다. 아드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쌀 200Kg, 김치 100Kg, 두유 25상자, 라면 100만원어치 등 먹을거리와 복구용 장갑을 비롯한 생필품을 준비해 전달했다. 김 장로는 “아드라가 적십자보다 더 빨리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교단이 우리 주변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남예배소의 선행은 사회적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재민들이 교회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4일 현장을 찾았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곳을 방문한 것.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양호 삼척시장의 안내로 발길을 옮긴 이 총리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애로사항에 귀 기울였다. 그는 “추위가 오기 전, 빠른 시일 내에 임시주택을 마련해 드리고 거주하는 동안 옷가지나 약품 등이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남마을이 고향인 엄길수 목사(시조사 사장)는 이 자리에서 “집 전체가 토사에 묻혀 도저히 인력으로는 복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가옥에 흙과 모래, 나무가 뒤엉켜 들어차 마치 폐허를 방불케 한다. 중장비가 투입돼야 복구를 시작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조속히 움직여달라”고 주민들을 대표해 요청했다.  

예배를 드리는 중간에도 생수와 라면 등 구호물품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는 공무원과 기자, 자원봉사자들이 계속 교회를 찾아왔다. 게 중에는 과거 재림교회 기관에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던 사람도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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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들은 당분간 교회에 머물러야 할 처지다. 김 장로는 “조립식주택 등 정부가 최대한 빨리 임시거처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리 일러도 20일 이상은 걸릴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우리 교회가 아니면 딱히 어디 갈 곳이 없다.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이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편의를 계속 제공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남예배소 성도들은 이런 봉사활동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재난의 현장을 섬김과 봉사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김영일 집사는 “교회가 피해를 입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련을 겪는 이웃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을 주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은혜다. 전혀 힘들지 않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는 “예수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건 교인수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가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우리는 말로만 그치면 안 된다. 마침 지난 분기 교과의 주제가 이웃사랑 실천이었는데, 이를 실행에 직접적이고 실제적으로 옮기게 됐다”고 웃음 지었다.

예식담임 김익현 목사는 안식일 설교에서 “영혼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고, 궁극적으로 구원에 이르도록 하는 게 교회의 본질이다. 우리는 사회와 세상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복구하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히 값진 열매와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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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우리의 작은 헌신을 통해 이웃들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게 최선의 전도이며 결과”라며 배운 대로 실천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선행이 자칫 이재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는 모습이다.

김진선 장로는 제일 필요한 게 뭔지 묻는 질문에 “이튿날부터 지자체와 자원봉사단체에서 식사와 구호물품을 제공해 줘 잠자리 외에 당장의 불편은 없다. 다만 큰 실망과 좌절에 빠져 있는 이들을 위한 위로가 필요하다. 우리와 같은 마음이 되어 이재민들이 잘 재기할 수 있도록 함께 염려하고 걱정하며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향한 신남예배소 성도들의 나눔이 재난 중에도 훈훈한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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