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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20] 서중한 강서교회의 국수나눔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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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1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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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허물고 인식을 바꾼 따뜻한 국수 한 그릇
서중한합회 강서교회는 매주 화요일 국수나눔 봉사로 재림교회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주방에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가스렌지 위에서 육수가 펄펄 끓었다. 무, 대파, 양파, 멸치, 다시마 등 갖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푹 우려냈다. 순수한데 깊이가 있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제대로다.  

한쪽에서는 면을 삶는 손길이 바삐 오간다. 양념장이나 고명을 준비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가 안 좋은 노인들을 위해 김치도 잘게 썰고, 단무지도 맛나게 버무렸다. 후식으로 내놓을 사과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매주 정해진 인원이 오는 게 아니라 가늠하긴 어렵지만, 한 번에 50인 분을 준비한다. 그래야 넉넉하다.

시계바늘이 오후 12시를 가리키자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그간의 안부를 묻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정성껏 차린 국수가 식탁에 올랐다. 인근 문화센터의 하모니카동호회 회원들이나 맞은편 유치원 직원들은 단골이다. 폐지를 주워 하루를 연명하는 가난한 노인이나 택배아저씨도 잠시 들러 피곤한 다리를 쉬어가며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한다.

바로 옆 세탁소와 애견센터, 정육점 등에는 직접 배달도 간다. 주는 이나 받는 이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한가득이다. 옷을 찾으러 왔던 손님도 ‘아~ 교회에서 오셨구나’라며 알아본다. 입소문이 나면서 그만큼 이웃들과 가까워졌다.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 서중한합회 강서교회(담임목사 이원호)에서 펼쳐지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화곡동교회’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에서 진리의 등불을 밝혀온 강서교회는 지난 2011년 성전을 신축하고 이전하면서 지금의 ‘강서교회’로 개명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10년 만에 꿈에 그리던 헌당을 했다.  

교회는 1975년 문을 열었다. 마포교회, 신촌교회, 영등포교회, 대방동교회, 서울중앙교회로 출석하던 이 일대 교인 30여명이 한 미술학원에서 예배를 드린 게 시작이다. 이후 강서지역 복음의 등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신자들이 고루 분포한 게 특징이다. 그만큼 경륜과 관록, 희망과 기대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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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이웃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강서교회가 국수나눔 봉사를 시작한 건 지난 3월부터.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한 성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마침 그즈음 주말부흥회 강사로 오신 목사님께서 ‘만약 이 교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말할까요?’라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어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기 교회가 있었어?’라고 묻는 이도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아찔했죠. 그런 반응이야말로 교회가 듣는 가장 치욕적인 말 아니겠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교회와 주변과의 관계가 평행선 같았다. 인사를 하고, 한두 마디 말을 건네기는 했지만, 끈끈한 유대감은 없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따금씩 천연비누를 만들어 선물을 하고, 손님초청 이벤트를 열었지만 감화력이 지속되지는 못했다. 평소 지역사회와 전혀 사귐도 없고, 모른 척 지내다 전도회가 다가오면 어색하게 초청장을 내미는 모습은 탈피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매주 국수봉사를 하고 난 후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졌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소통을 확장하는 통로가 됐다. 교회와 이웃과의 관계가 부쩍 좋아졌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자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언제나 누구라도 드나들 수 있는 편안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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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면 소그룹으로 구도자들과 친목을 다졌다. 아파트단지 내 유치원에서 특별행사를 할 때면 교회를 기꺼이 개방했다. 유휴시간이나 공간을 이웃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그러자 좋은 교회라는 이미지와 함께 마을의 인식이 바뀌었다. 다른 교파 신자들이 먼저 찾아와 말을 걸고,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학부모들이 계속 드나들면서 어느새 친근감이 쌓였다. 동네아이들은 “우리 교회”라며 자랑한다.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사랑과 관심이 얼음처럼 차갑던 편견을 훈훈하게 녹였다.

이원호 목사에게 ‘혹시 사업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이나 구성원 사이의 갈등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재차 물었다. 빙그레 웃으며 “어느 누구도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서로가 그저 섬기는 자세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숨은 ‘비결’은 분명히 있었다. 바로 기도회다.  

강서교회 성도들은 봉사 전에 기도회로 모여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한다.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되며, 영적 교제의 장이 된다. 사명의식을 불어넣는 은혜가 되는 건 물론이다. 그래서 이 교회 성도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가급적 개인약속을 잡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에 나와 앞치마를 두른다. 따로 떼어 구별한 ‘시간의 십일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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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조건을 충족한 후에 봉사하겠다는 건...”
봉사를 시작한 후 교회 안팎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처음에 이 활동을 제안한 김선옥 성도는 “작은 거라도 나누고 싶었다. 교회는 일반 사회와 뭔가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건의했다. 성도들이 일을 서로 분담해서 크게 힘들지 않다. 맛있게 드시고, 환하게 웃는 모습만 봐도 기쁘고 보람이 있다. 교회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복자 집사는 “이전에 비해 교인들의 친밀감이 좋아졌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많아졌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전에 비해 교회가 주민 사이에 많이 알려졌다. 정성이 고맙다며 선물을 들고 오는 사람도 적잖다. 동네 어르신들은 교회 앞을 오갈 때마다 칭찬한다. 별다른 권유도 안했는데, 전도회나 안식일예배에 출석하는 사람도 있다. 곧 영혼의 결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흥자 집사는 “사실 처음에 제안이 나왔을 때는 ‘활동이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니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참여했다. 사랑으로 똘똘 뭉쳐 있는 느낌이다. 옛날에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요즘은 더 좋아졌다. 사랑을 퍼뜨리는 교회가 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이 교회 봉사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솔직히 그간 여러 교회를 탐방했지만, 이런 교회는 처음이었다). 구춘래 집사는 “담임목사님과 사모님은 모든 면에서 ‘짱!’이다. 여수석집사인 김혜경 집사는 아마 한국 재림교회 수석집사 중에 최고일 거다. 이들이 정말 많이 수고한다. 내가 교회를 오랫동안 다녔지만, 일찍이 이런 분들을 본 적이 없다. 이런 마음이 엮여서 따뜻한 공동체가 됐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건 개인의 영적 성숙이다. 김선옥 성도는 “봉사를 하면서 이기적이었던 마음이 겸손해졌다. 그동안 교회활동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뭔가 책임을 맡으면 하나님을 떠나지 않을 거 같았다. 봉사는 내가 교회를 다니게 하는 힘이 된다”고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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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집사는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기보다 나누기 연습을 하는 거 같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나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나’라고 묻자 “요즘 안 바쁜 사람이 어딨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여기 계신 모든 봉사자가 다 바쁜 분들이다. 이건 나와의 약속이다. 꾀를 부리면 안 된다”고 활짝 웃었다.

봉사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도 소득이다. 전정연 집사는 “교회나 개인마다 각각의 사정과 형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조건을 충족한 후에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기다림은 낭비다. 처음부터 거창한 사역을 할 수 없다. 작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일단 직접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준묵 집사는 “누구라도 마음만 있다면 봉사할 수 있다. 참여하는 성도들의 헌신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먹먹한 감동을 받는다. 서로 협력하는 걸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교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다른 교회에서도 이런 사역을 도입해 접목하려면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할까.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나누며 편견을 허물고, 인식의 틀을 바꾼 서중한합회 강서교회(담임목사 이원호)의 이야기는 <교회지남> 2020년 1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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