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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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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3년 8월호 젊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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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뭐 할 건데?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질문이 빗발친다. 모두가 내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듯이 보인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알고 싶다. 뭔가 새로운 걸 찾아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들면서 ‘몸이 근질거린다.’ 좀 있으면 강사 계약이 끝나고 한국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 뭘 할지 확실히 생각해 둔 게 없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의견을 냈다. ‘박사 학위를 따라.’ ‘계속 가르쳐라.’ ‘글을 더 많이 써라.’ ‘아이를 가져라.’ ‘아이를 갖지 마라.’ ‘사업을 시작해라.’ 이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앞일을 생각하며 살고 싶어 지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빨리 생각해 내려 애쓰게 된다. 명확하고 원대한 비전이 없는 게 싫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사하면 새로운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누리는 것을 빨리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내일’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오늘’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마련해 주신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유지할 지혜가 필요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나처럼 조급함을 느끼지 않으신다는 사실도 안다. 다음의 성경 속 지혜가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전 3:11).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마 6:34).   

그런데도 여전히 걱정되었다. 마치 큰 그림은 그려 놓았다는 듯이 확실한 계획도 없이 사는 게 잘못되지 않았을까? 너무 그때그때 사는 것은 아닐까? 게으른 것일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하실 말이 없으신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런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대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대 앞에 놓인 길을 열어 주리라.” 성경 구절같이 보이지만 알고 보니 아서 C. 리치라는 사람이 쓴 시의 제목이었다. 하나님의 음성으로 쓰인 이 시를 읽다 보니 시구절이 내 불안한 마음에 진정제처럼 느껴졌다.   

“한 걸음이 보이면 담대히 앞으로 나아가라.

한 걸음은 믿음의 눈으로 보기에 충분한 거리이다.

한 걸음을 내딛으면 그가 해야 할 일을 듣게 되리.

한 걸음 한 걸음 그대의 주님이 그대를 인도하고 있으니.”

내가 들어야 할 말이었다. 덕분에 시편 119편 105절 말씀도 생각났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등이 한번에 불빛을 비출 수 있는 거리는 몇 걸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시편 말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대에는 여행자가 밤에 기름 등불을 지니고 다녔다. 걸어가면서 등불을 앞으로 해서 흔드는데 그렇게 하면 길에서 바로 앞에 있는 돌과 움푹 파인 곳을 제대로 보고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식으로 하나님께서 자신의 말씀을 통해 우리를 인도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저 멀리까지 길을 밝힐 만큼 환한 불빛을 약속하시지 않았다. 그다음에 내디딜 걸음을 밝힐 정도인 내 발의 등을 약속하셨다.”* 

‘다음에 무엇을 할까’에 대한 답을 다 알고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충실하게 살면서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과 함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나님께서 얼마나 정답게 여러분을 인도하고 계시는지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 가운데(시 23:3) 선택 하나하나를 통해 여러분이 가는 길이 분명해지기를 기도한다. 

https://bible.org/seriespage/one-step-time


리네트 윤 영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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